■ 기획취재 / 생태도시로 가는 길(최종회) - (8)환경 모델도시로 탈바꿈하는 미나마타<하>
■ 기획취재 / 생태도시로 가는 길(최종회) - (8)환경 모델도시로 탈바꿈하는 미나마타<하>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0.09.06 14:11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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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재생에 관한 종합적 연구 -‘미나마타학學’
‘순환형 사회’ 조성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들

▲ 시립 미나마타병 자료관. 미나마타병 환자들의 고통스런 체험을 전시하고 있다. 1993년 1월 오픈 이래, 현재 전세계에서 년간 5만여 명이 방문하며 공해학습·환경학습뿐만 아니라, 인권교육의 장소로서도 활용되고 있다.

1953년 미나마타병이 공식 확인된 이후 2004년 3차 소송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일본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50년에 이르는 미나마타병의 역사를 통해서 미나마타 주민들은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그 어떤 곳보다도 절실히 느꼈다. 현재 미나마타는 자연과 공생하는 환경 모델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미나마타 주민들과 미나마타시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알아본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 발전 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기수은 잠자는 매립지

▲ 구마모토현 환경센터의 전시물. 미나마타시에 있으며 에코·스테이지, 극장, 정보 플라자, 학습룸, 회의실 등을 갖춘 종합 환경교육장이다.

일본 정부가 미나마타병의 원인이 칫소 공장에서 배출한 유기 수은이 원인이라고 공식 발표한지 10년이 지난 후인 1977년부터 미나마타만의 정화작업이 시작됐다.

1997년 미나마타만의 안전선언을 한 구마모토현은 시트파일을 짜맞춰서 만든 원통형과 반원통형의 셀을 해저면에 박아 그 안에 모래를 넣어 방호벽을 축조했다.

그리고 수은농도 25ppm을 웃도는 오니를 준설하고 드럼통에 폐액을 담았다.

이들 준설 오니와 드럼통들은 규슈섬 남부 일대에서 가져온 화산 분출물과 함께 매립지에 묻혔다.
그 위에 미나마타시 북서쪽 가져온 산흙을 1m 두께로 덮어 복토를 마치고 그 위에 에코 공원을 조성하였다.

1994년도에 공사가 끝나 매립지 끝자락 바닷가에는 친수공간도 만들었다. 현재 미나마타만은 물의 투명도와 오염도가 구마모토현 내에서도 청정한 바다의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러나 매립지는 영원히 바다로 돌려질 수 없게 되었으며 그 속에는 시라누이해 연안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유기수은이 잠들어 있다. 58.2ha의 매립지 안에는 151만㎥의 수은 오니가 묻혀있다.
바닷물에 의한 방호벽의 부식으로 슬러지의 유출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사회 비추는 미나마타병

미나마타병 사건은 현대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기업 활동에 의한 환경 파괴와 다수의 희생자의 발생, 연안 어업의 파괴, 환자에게 대한 편견이나 차별, 이러한 희생을 통한 경제발전의 의미, 정치나 행정이 지향해야 할 본연의 자세,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는 일의 어려움, 현대 문명과 인간 사회 등 우리의 삶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미나마타 시 전체는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하나의 학문 분야를 낳게 하여 ‘미나마타학’을 이루고 있다. 미나마타학이란 미나마타병 사건과 미나마타지역 시민사회의 재생에 관한 종합적 연구로 의학, 생물학, 생태학, 공학 등 자연과학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도 포함시켜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보편적인 환경, 복지, 생활, 교육, 학습, 행정 등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미나마타병 사건에 관한 △미나마타병 피해의 철저한 해명 △지역 재생 모델 제안 △자료의 수집·정리·공개 등의 세 가지가 큰 줄기가 되고 있다.

2005년 4월에 구마모토 대학에 개설된 ‘미나마타학 연구센터’는 지역에서 조사·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공해발생지역의 주민이나 연구자를 초청해 국제 포럼을 열고 있다.
또한 미나마타학 강의를 통해 교육과 인재육성 등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미나마타시립 미나마타병자료관, 구마모토현 환경센터, 국립 미나마타병 종합연구센터, 국립미나마타병 정보센터, 미나마타병 역사고증관 등이 있다.

▲ 생활쓰레기 처리장. 미나마타에서는 1993년부터 쓰레기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쓰레기 20종류 분리수거를 개시했고 현재는 시내 각지에 300군데의 쓰레기 수거장이 설치되어 더욱 꼼꼼하게 22종류로 분리수거 되고 있다.

미나마타병 자료관은 미나마타병의 경위를 정리하여 미나마타병의 역사와 현상을 바로 인식하고 환경파괴를 두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간절한 염원과 함께 귀중한 자료가 유실되지 않도록 수집 보존하여 이것을 후세에 경종으로 삼을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나마타병 역사고증관은 미나마타병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1988년에 설립되었으며 미나마타병의 피해와 환자의 투병, 시라누이해와 그 연안주민이 잃어버린 것, 칫소와 정부에 의한 가해행위 등을 기록, 전시하고 있다.

한편 미나마타병 정보센터는 미나마타병에 관한 자료나 정보의 수집·보관·정리와 더불어 수은 오염에 관한 연구를 하고 전시를 통해서 연구자와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위 기관들은 모두 미나마타시에 있으며 미나마타병의 실상을 알리고 전 인류가 환경보전에 나서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유기수은이 잠자는 매립지. 준설해낸 오니와 드럼통에 수은이 함유된 폐액과을 넣고 바다와 격리시켜 매립하였다. 면적은 58.2ha이다.

시민들, 견학프로그램 안내자로

인구 2만8천의 미나마타시는 작은 규모이지만 시민들이 참여하여 각종 재활용 공장의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활용 공장에는 빈병 재활용 공장, 가전제품 재활용 공장, 분뇨를 비료로 만드는 공장 등이 있다.

미나마타시에서는 유리병을 6종류로 분리하여 수거하고 있으며 재활용 공장에서는 술병 등 재사용 가능한 것들을 깨끗이 씻어 다시 반출하고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잘게 부숴 도로 포장재 등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규슈섬 남부 각지의 폐냉장고나 에어컨 등은 미나마타에 있는 재활용 공장에 수집되어 오는데 이곳에서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소재별로 나뉘어져 다시 이용된다.

한편 미나마타와 인근 지역에서 수집된 분뇨 및 정화조 오물을 리액터 바이오 시스템(RBS)를 통해 미생물 처리하여 생성되는 슬러지를 탈수 건조하여 비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비료는 유기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여 샐러드용 양파나 귤 재배 등에 이용되고 있다.
순환형 사회로 가는 이 같은 시설에 대한 견학 프로그램에 시민이 직접 안내자로 나섬으로써 시민참가형 에코타운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나마타/허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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