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안의 자식
품 안의 자식
  • 양 선 숙 칼럼위원
  • 승인 2011.03.26 01:15
  • 호수 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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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이 올해 대학생이 되었다. “그 집 딸이 벌써 그렇게 컸어?”라며 누구나 거쳐가는 성장 과정이라 생각하겠지만, 딸을 타지로 보내며 내 마음은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밤늦게 돌아오는 아이와 마주칠 시간도 많지 않은데 사소한 말다툼에서, 때론 마음이 상해 토라지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거리며 매일 지지고 볶고 살 때는 이런 감정을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학교가 결정되고 아이를 보내려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여간 서운한 게 아니었다.
어른들에게 듣기만 했던 “품 안의 자식”이 무엇인지 실감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짧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떠나면 졸업 후 취직을 하겠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여 부모의 품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성인으로서 독립하는 게 당연한 일임에도 이 십 여 년 동안의 동고동락을 깨야 하는 서운함이 깊을 줄 몰랐다. 가족의 또 다른 삶의 형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나와는 달리, 딸아이는 마냥 즐겁고 설레어 한다. 젊음의 패기와 자유가 있는 대학 캠퍼스를 고대하며 또래들과의 기숙사 생활을 꿈꾸며 즐거워한다. 살을 빼겠다며 다이어트를 하고, 살짝 볼륨이 들어간 파마를 하여 한껏 멋을 낸다. 새출발을 축하하는 가족과 친척들의 선물로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숙녀복으로 고등학생 티를 벗어버렸다.

큰 딸의 짐을 싸며 이 십 여 년 전 나처럼 짐을 쌌을 누군가가 생각났다. 바로 나의 어머니이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하여 먼 곳으로 딸을 보내며 어머니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미안함과 안쓰러움, 서운함이 뒤섞인 감정을 담아 애지중지 키워온 딸의 옷장을 정리하시던 어머니의 마음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느껴졌다. ‘아, 어머니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어린 딸을 시골(서천)로 떠나보내며 어머니는 얼마나 애가 탔을까!


그 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긴장과 기대로 가득해서 어머니의 마음은 생각지도 못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길러야 부모 심정 안다더니 내 자식을 떠나보내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앞으로 아이들을 결혼시키며, 딸이 산고로 생명을 출산할 때도 나는 내 어머니를 떠올리겠지.
3월 첫 날, 딸을 학교 기숙사에 남겨놓고 오는데 아이는 잘 가라며 배웅을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간다. 제 앞에 펼쳐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긴장, 두려움에 벅찰 것이다.


그러나, 어린 딸을 남겨놓고 떠날 어미의 마음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내가 그랬듯이 딸도 긴 시간이 흐른 뒤 나를 생각하겠지.
딸 셋을 키우며 어머니에 대한 생각과 정이 깊어진다. 해가 다르게 연로해지는 모습을 뵐 때마다 몇 년 전 어느 가수가 불렀던 유행가 가사가 머리를 맴돈다.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


올 봄에는 어머니 좋아하시는 꽃구경을 다녀와야겠다. 다리가 불편해 오래 걷지 못하시니 멀리 갈 수 없지만, 어머니 손잡고 꽃길 따라 걸으며 재롱도 피우고 못 다 했던 이야기로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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