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山無伴獨相求(봄 산에 짝 없이 혼자 친구를 찾아가니)
伐木丁丁山更幽(나무 치는 소리 쩡쩡해서 산이 더욱 깊도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산속에서 은거하는 친구를 찾아가며 읊었다는 ‘尋張氏隱居(심장씨은거)’라는 시의 앞부분이다. 그러나 서천에서 가장 오지 산골이라는 문산면 은곡리를 찾아갔을 때에 적막한 산골 마을을 울리는 소리는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을 가는 트랙터 소리였다. 은곡리에는 매우 긴 골짜기논이 있다.
“저 골짜기 논 끝까지 3km입니다”
은곡리 이장 구병모(57)씨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농사만 지으며 살아오고 있다. 은곡리는 길산천이 발원하는 지점으로 대대로 평해 구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는데 선사시대에도 이미 이곳에서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이 마을에 남아있다. 부여군으로 넘어가는 611번 지방도로 옆에 고인돌 2기가 있다.
“한 때는 130호가 넘는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60여호입니다”
대부분 65세 이상인 이 마을에서 구씨는 젊은 축에 속해 마을 이장을 맡으며 10여 가호 정도 되는 독거노인들에게도 관심을 쏟고 있다. 자식들은 대부분 서울에 나가 살고 있다.
“노인복지센터에서 1주일에 한번 정도 와서 돌봐주지만 이웃 주민만 못하지요.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합니까?”
70여마지기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 구병모 이장은 산골짜기라지만 대농이다. 밭에는 고추를, 산에는 밤나무를 심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산면은 마산면과 함께 서천의 대표적인 밤생산지 중 하나이다.
무르익은 봄기운을 만나 목련꽃과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은곡리 마을은 2007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되었다. 건강장수마을이 된 비결을 물었다.
“비결이라고까지 할 것 있겠어요. 공기 좋고 물 좋고 큰 욕심 없이 살다보니 그리 된 거지요.”
이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성암초등학교는 90년대에 폐교돼 현재 서천군귀농인지원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귀농인들이 처음 이곳에 살기 시작했을 때는 기대도 많았습니다. 사람이 귀한데 품앗이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나 그들만의 세계는 따로 있는지 마을 주민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따금 찾아와 땅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에 “부동산 투기꾼들인가”하는 의심까지 하며 마을 주민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작년 농사는 날이 안좋아 밤농사도 논농사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모내기를 앞둔 농부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인터뷰 동안에도 그의 부인은 모판에 볍씨를 뿌리느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