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대한 그리움
편지에 대한 그리움
  • 이근섭 서천우체국장
  • 승인 2011.12.05 11:56
  • 호수 5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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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섭 서천우체국장.
이른 아침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발신처를 보니 서울에 있는 예쁜 공주다.
전화를 받으니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 지는데 어떻게 지내냐? 일주일 혼자 자취하는데 때는 거르지 않느냐?” 하는 안부 전화였다.
요즘은 참 편리하다.
휴대전화가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편하게 사용하기 전 전화는 집에서만 받는 것으로 알았고 다음단계는 무선호출기(삐삐)로 연락을 취하고 전화오기를 기다리곤 했는데 지금은 장소에 구애 없이 전화를 하고 화상통화를 이용하여 대면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니 얼마나 발달된 IT 문명을 누리는 것인가.
이런 풍요롭고, 편리한 IT산업의 뒤편에 아쉬움이랄까
아련한 추억이 그리워지는 12월이다.
집배실 우편물작업장에 동료직원의 배달 우편물엔 벌써 2012 임진년 달력이 엄청 쌓여있다.
언제 부턴가 정겨운 사연이 담긴 편지 대신 각종 고지서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10여년 전 연말이 되면 시내 문방구 진열대에는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카드가 멋들어지게 진열되고, 삼삼오오 친구들과 짝을 지어 카드를 구입하고, 그림에 재주가 있는 아이들은 카드제조용 재료를 구입해서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봉투를 접어 최고로 예쁜 글씨로 행운과 건강을 빈다는 내용을 적고 주소를 적어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여 주고받음으로 서로의 행운을 나누는 풍경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메일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밀려 어른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어린 청소년에게는 전혀 알지 못하는 세밑 풍속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세삼 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한통의 편지를 받고 발신처를 확인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편지를 읽고, 읽은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보던 시절의 추억을 지닌 내 나이 세대 사람들은 안다.
비가 오나 눈이 와도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가져다주던 집배원이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었던가.
이제 올해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가족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전화로, 마주앉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편지로 해야지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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