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향해 한걸음씩…조금 다른 이웃들
사회를 향해 한걸음씩…조금 다른 이웃들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2.03.13 14:21
  • 호수 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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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장애인들, 당당한 일꾼으로 거듭나
직업 훈련 통해 일하는 행복·자신감 얻어
▲ 서천군노인요양시설에서 린넨실 도우미로 활동 중인 구본원 김은영 김은하 송환규씨(앉은 자리 왼쪽부터)와 서천군노인요양시설 백광호 사무국장(선 자리 왼쪽), 그리고 장애인복지관 이현희 직업재활팀장.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 생각과 조금 다른 면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를 향해 한걸음씩, 혹은 당당하게 사회인으로서 거듭나고 있는 그들을 지난 7일 만났다.


사람들이 장애라고 일컫는 것들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자립을 위해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날 만난 사람은 뇌출혈로 쓰러져 한쪽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김은영(53)씨를 비롯해 정신적으로 혹은 지적 능력에 장애를 가진 송환규(41), 김은하(38), 구본원(31)씨로 서천군노인요양시설 린넨실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인력개발원의 지원으로 진행된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1급~3급 중증장애인인 이들의 근무시간은 주 14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근무하고 한 달에 25만9000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 이 사업을 3년째 진행하는 동안 지난해 11월 4명의 중증 장애인이 린넨실 도우미와 서천군립노인요양병원 병동 환경미화원으로 정식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달 만난 구본원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비장애인과 차이 없이 이력서 제출, 개별면접 과정을 통해 고용돼 4대 보험에 가입, 당당히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백광호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들이 린넨실 도우미로 근무하면서 시설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하루에 나오는 빨래 양이 적지 않은데 성실하게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구본원씨와 같이 당당한 사회진출을 꿈꾸며 직업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김은영씨의 표정에도 앞날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 1999년 마흔이란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지는 불상사를 겪은 후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장애인복지관이 개관했다는 안내문을 받아들고 무조건 택시에 올라탔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쪽 손을 대신해 입에 빨래를 물고 한 사람 몫을 꿋꿋이 해내고 있다. 딸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일을 하면서 자신감과 희망이 생겼고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밝은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게 됐고 딸들도 “엄마, 파이팅!”하며 응원해 줘 급여는 얼마 안 되지만 돈으로 얻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고 있다며 웃는 그녀의 얼굴에선 환한 빛이 나고 있었다.
함께 린넨실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송환규·김은하 부부도 “일하러 나오면 더 재미있고 즐겁다”며 “밥 먹어도 소화가 더 잘되고 몸을 움직이니까 더 건강해져서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현재의 복지시스템상 돈을 벌게 되면 기초생활수급비가 삭감되기 때문에 이렇게 일을 해도 사실상 이들 손에 쥐어지는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을 하는 쪽을 선택했고 일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일하지 않고 수급비를 받는 사람들과 이들처럼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받는 돈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복지제도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스스로 진정한 복지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들이 더욱 돋보였다.


장애인복지관 이현희 재활팀장은 “취업이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들에게 일반 시장으로의 고용 기회가 주어지면서 장애인들이 자립의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취업과 노동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3년간 이 사업을 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이 활기를 찾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희 팀장도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은 급여수준으로 일자리사업이 끊기는 겨울엔 일을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급여와 지속성이라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으면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조금의 배려와 이해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분들이다”며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이동카페, 편의점 업무 훈련도 하고 있는 만큼 지역주민들도 관심 있게 지켜봐주셨으면 한다”는 희망사항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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