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풀 이야기/(44)개지치
■ 우리풀 이야기/(44)개지치
  • 김지홍 시민기자
  • 승인 2012.03.16 17:05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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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풀은 없다

‘천불생무록지인 지불생무명지초(天不生無祿之人 地不生無名之草)’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하늘은 누구나 제 먹을 복은 타고 태어나게 하며 땅은 이름 없는 풀을 자라나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가운데 온갖 풀들이 저마다 싹을 내밀며 한 세상을 열어가는 봄이 왔다. 밭둑길이나 집 주변의 양지바른 빈터를 자세히 보면 벌써 무리를 지은 이름모를 풀들도 있다. 그러나 어찌 이름 없는 풀이 있으랴. 그의 이름은 ‘개지치’. 족보에도 엄연히 올라있다. 식물계-속씨식물문-쌍떡잎식물강-통화식물목-지치과의 집안이다.


개지치는 유라시아, 아프리카 북부의 온대 및 난대기후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년생 풀인 개지치는 3월이 되자 벌써 10cm 이상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꽃샘추위를 견뎌내기 위한 솜털이 온 잎을 감싸 잿빛으로도 보이는 잎사귀 겨드랑이 사이에 흰점이 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 봐야 꽃인 줄 알 수 있다. 또 바로 아래 잎사귀 틈에서는 붉은 색을 띤 꽃이 피고 있도 파란 색의 꽃도 있다. 작지만 세상을 향해 당당히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개지치는 보통 20∼40cm까지 자라는데 잎은 잎자루가 없고 어긋나며 넓은 줄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젖혀진다. 잎의 길이는 1∼3cm, 나비는 1∼3mm로서 끝이 둔하며 1맥이 있다.
지치는 예로부터 자주색 물감으로 천이나 식료품을 물들이는 데 염료로 사용되어 왔다. 지치 뿌리에서 얻은 보라색 물감을 자줏빛 또는 지치보라고 하여 특별히 귀하게 여겨 왕실이나 귀족들만 지치로 염색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치를 중국에서는 암 치료약으로 쓰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갖가지 암과 백혈병 치료에 지치를 쓰고 있다. 중국에서는 혀암, 위암, 갑상선암, 자궁암, 피부암에 지치와 까마중을 함께 달여 복용하게 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향약집성방>에서는 지치의 효능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지치는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독이 없다. 명치 밑에 사기가 있는 것과 다섯 가지 황달을 치료하고 비위를 보하며 기운을 돕는다. 또, 막힌 것을 잘 통하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배가 부은 것, 아픈 것 등도 치료한다. 고약에 섞어 어린이의 살이 헌 데와 얼굴에 난 뾰루지를 치료한다.”
이처럼 지치는 산삼 못지 않은 약효로 민간에서 애용되어 왔는데 개지치는 뿌리에 이러한 염료 성분이나 약리성분이 없어 붙은 이름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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