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
  • 문영 / 뉴스서천 전 칼럼위원
  • 승인 2012.05.29 10:57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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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학과성적이 우수하였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고 당연히 명문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 제 몫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대학에 갔더라면 더 좋은 직장이 보장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책을 읽지 않은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교직에 있을 때는 물론 지금도 청소년들에게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독서지도를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아침 독서 운동을 전개하여 전 국민의 독서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단체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책 읽기 좋은 계절을 선택하여 독서의 달을 정하고 각종 행사를 추진해왔는데, 금년에는 한해를 통틀어서 독서의 해로 지정해버렸다. 그것은 국가도 국민들의 독서력 신장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책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 우리가 어릴 적에는 책 읽으란 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찾아 읽으며 책읽기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더 나아가 책 속에서 꿈과 교훈을 찾아내고 삶의 지혜도 배워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 집, 심지어는 나라에서까지 책읽기를 강조하는데도 아이들은 책 읽기를 꺼려한다. 심지어는 책을 선물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책 읽기 싫어하는 첫째 이유는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두툼한 소설책 한권 읽으려면 적어도 서너 시간이 걸리는데,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에 책 읽는 것보다 재미있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거기에다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어제의 지식이 진리가 아닌 이상 내일은 어떻게 달라질지도 모르는데 책에 매달려 있기엔 아이들이 너무 영리하다. 또 필요한 지식은 인터넷을 뒤져보면 쉽게 알아낼 수 있으니 무엇 하러 책을 읽겠는가.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데는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그냥 재미있어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지금은 책을 읽으면 먼저 주제를 찾아야하고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라고 한다.
중심 문장을 찾아야 하며 글쓴이의 의견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따져 묻는다. 통째로 얻은 감동을 난도질하여 말과 글로 표현해 내라 한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감동받으면 그만인 것을, 지식을 쌓고 학습에 보탬이 되는 책을 읽도록 강요당한다. 책 읽기가 학습의 연장이고 과제인 것이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자연히 학습과 지식에 도움이 되는 책도 찾아 읽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성급한 부모들은 처음부터 아이들에겐 부담스러운 책을 안겨주고 읽으라니 싫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도 문제다. 수치로 실적을 나타내기 좋아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독서 상황도 수치로 표현하고자 한다.
하여 그래프를 그리고 스티커를 주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을 칭찬한다. 아이들은 영리하여 많은 시간을 몰두하지 않고도 독서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안다. 그래서 읽은 책 수는 증가하지만 학년이 높아가도 독서력은 질적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책을 많이 읽게 하려면 첫째 재미있는 일에서 아이들을 의도적으로라고 떼어 놓아야 한다.


컴퓨터, 텔레비전을 거실에서 치우고, 핸드폰을 멀리해야 한다. 둘째 부모와 같이 책 읽기를 하여 감동을 공유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게 하고 부모는 TV드라마에 심취해 있으면 아이들이 책을 읽고 그 감동을 전할 상대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책 읽기가 안 된다면 강제적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아이와 부모가 같이 선택하고, 같이 앉아 읽는 것이다. 적어도 하루 30분씩 잡아 3년 동안은 실시해 볼 일이다.  그래도 책을 읽지 않는다면 욕심 내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는 책 안 읽고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으며, 삶의 지혜와 지식을 얻을 방법도 다양하다.
책 읽기를 학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지 않고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은 언젠가는 책을 찾아 읽고 그들이 필요한 삶의 지혜를 배워나갈 것이다.
학창 시절에 책 읽기를 꺼려했던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스스로 좋은 책을 골라 읽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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