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줄여야 한다
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줄여야 한다
  • 장호순 교수
  • 승인 2012.06.12 10:30
  • 호수 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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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지방에서 거주하는 환자라고 한다.
국내 최고수준의 대학병원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 암환자들이 서울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지역에서는 암치료를 받을 만한 큰 병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방의 암환자들이 서울소재 병원으로 몰리는 또 다른 이유이다.


전남, 경북, 울산, 제주 등 4개 광역시도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해당 지역 암 환자들은 어쩔수 없이 서울 소재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우수한 병원들은 전국 각 지역에 적절히 분산되어 비교적 집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주간지  <U.S. News & World Report>가 2011년도 암치료 분야 10대 우수병원의 소재지를 보면, 휴스턴, 뉴욕, 볼티모어, LA, 시애틀, 보스톤, 로체스터 등 전국의 주요도시에 골고루 소재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암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의 분포를 통해서도 의료서비스의 격차가 입증된다.


2009년말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대한민국 의사의 72%, 간호사의 70%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 외에도, 도시와 농촌간의 의료서비스 격차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도 국회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인구 1만명당 전문의가 15.8명, 대전은 14.3명, 광주는 14.1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대부분인 충남은 9.4명, 충북은 9.7명 등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 격차는 서울과 지방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5월말 서울시는 “서울시민 건강격차 현황”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축적된 서울시민의 사망률, 자살률, 흡연율 등의 통계결과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행정구역별  건강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을 보니, 부유층 거주지인 서초구는 305명, 강남구는 329명, 송파구는 354명인데 비해, 서민층 거주지인 중랑구는 437명, 금천구 433명, 노원구 430명 등으로 훨씬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격차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해야하는 국가의 기본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료서비스는 신분이나 소득이나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민주사회의 기본권 중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영역은 시장경제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 관리하는 분야이고, 건강보험료는 세금과 다름없이 강제징수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간의 경제적, 교육적, 문화적 격차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의료서비스 분야의 격차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역주민들 스스로도 의료서비스의 지역간 격차해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지역의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의 병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특히 KTX개통 이후에는 대구 부산 등의 대도시 환자들마저도 서울로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지방의 환자가 수도권 대도시 병원에 입원하여 전문적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환자를 뒷바라지 해야 하는 가족들에게 큰 부담과 희생을 요구한다. 지방의 열악한 의료서비스 실태는 도시인들로 하여금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떠나 농어촌 지역으로 정착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국가적 당면과제인 지역분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의료서비스의 지역간 격차해소가 필요한 것이다.
서울시는 행정구역간 주민건강 격차 해소를 위해 보건지소, 공공병원 등을 취약지역에 집중적 지원하는 “공공의료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적인 차원에서도 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해소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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