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사람들이 함께 걷는 아름다운 서천
서천 사람들이 함께 걷는 아름다운 서천
  • 김 문 옥 / 부여초등학교 행정실장
  • 승인 2013.01.28 11:25
  • 호수 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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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한 주간의 일을 마치고 피로를 핑계로 느긋하게 늦잠을 즐길 수 있는 날이다.
자고 일어나 아이들과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면 어느새 오후. 오전 시간이 어영부영 지나가 버린 것이다. 몸의 피로도 풀리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 토요일은 예전의 토요일이 아니다. 특별한 일과 의미가 동시에 생겼다.


서천 사람들 걷기 모임 - 걸음아 나 살려!
지인으로부터 들어 알게 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2년 10월 6일,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토요일 오전을 즐기러 걸음살이에 동참했다. 말이 즐기러 가는 것이지 컴퓨터 게임과 TV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반강제로 데리고 가니 아이들 입은 댓발 나오고, 아이들은 제쳐두고라도 걷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으른 나를 다잡는 것이 더 어려웠다. 또 겉모습과는 달리 사람들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는지라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는 것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나의 첫 걸음살이는 우리 식구 세 명을 포함해서 모두 일곱 명이었다. 단촐함에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고 처음 만나는 분들과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들끼리 금방 친해졌고, 천천히 걷는 길, 산천변의 황금빛 들녘과 코스모스 군락과, 각자 집에서 챙겨온 간식이 어색함을 없애주었다. 게다가 가을풍경의 황홀함은 걷는 내내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기분좋음을 내게 선물했다.


더구나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고 놀았다. 거기에선 스마트폰도 잊혀지고 TV도 잊혀진 것 같았다. 아이들은 놀 줄 모르는 게 아니라 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니 못 놀았던 것 뿐이었다.


카페지기인 김용빈 대장은 걸으면서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카페(http://cafe.daum.net/wmfuqkfqrh)에 올려놓는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다 문득 사진 속 내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나의 모습은 입이 툭 튀어나오거나 입 꼬리가 축 쳐져있거나 미간에 주름이 잡히도록 인상을 쓰고 있었다. 환하게 웃어주기만 해도 모자랄 나의 아이들에게 말이다.


나도 모르게 찍힌 사진의 내 모습은 어쩌면 진짜 내 모습일텐데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 웃는 모습보다 무표정이거나 화난 듯한 표정이 더 많았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내 표정을 스스로 자주 살핀다.


걸음살이에 동참한 지가 어느새 넉 달이 다 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토요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컴퓨터나 TV 앞이 아닌 자연 속에서 움직인다. 그 아이들을 따라서 나도 덩달아 움직인다. 춤추고 노래한다. 달리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맘껏 소리지른다. 아무 눈치도 볼 것 없다. 
그러면서 내가 사는 서천의 구석구석을 알아간다. 서천 사람들과 다정하게 걷는다. 서천의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점점 서천사람이라는 게 좋아진다.


‘서천사람들 걷기 모임 - 걸음아 나 살려!’는 토요일 오전에 자유롭게 모이는 사람들이 같이 걷는다. 2011년 2월 19일에 시작하여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00번을 걸었다. 자유롭게 모이다 보니 아무도 나오지 않아 대장 혼자서 걸은 때도 있었다고 한다. 서천을 사랑하는, 걸음살이를 사랑하는 김용빈 대장의 정성으로 100회를 이어왔던 것이다.


지금 서천사람들 걷기 모임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은 여남은 명에서 열 서너 명 정도이다. 이제 101번째 길을 걷기 위해 대장님의 수고와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합해질 것이다.
101번째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시점에서 아름다운 서천의 길들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걸음아 나 살려’ 6행시로 초대글을 지어본다.
걸 - 걸음살이 함께 하지 않으실래요?
음 - 음… 어떻게 참여하냐구요?
아 - 아직 모르셨어요? 토요일 아침 10시에 모임장소로 나오기만 하면 된답니다.
나 - 나오실 때는 자연에 빠져 놀 수 있는 신나는 마음을 꼭 챙겨오세요.
살 - 살가운 서천 사람들과 함께 걷는 아름다운 서천의 길들이
려 - 여러분의 삶에 행복과 희망, 그리고 아름다움을 더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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