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의 천사(4)
파란눈의 천사(4)
  • 뉴스서천
  • 승인 2003.03.28 00:00
  • 호수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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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크렝깡?”
선우는 작은 소리로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해보았습니다.
“조금 어렵지요? 한국 사람들 음, 내 이름 어려워해요. 그래서 이름 좀 바꿨어요. 크렝깡 할 때 깡으로 끝나잖아요, 그래서 강으로 이름 바꿨어요. 진수라는 이름은 다른 신부님이 지어준거예요.”
“그럼 할아버지도 신부님이예요?”
“네, 맞아요. 나는 강진수 신부예요.”
선우는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신부님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크고 넓은 보라색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엄숙하고 힘있게 말하고 있는 신부님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누워있는 프랑스 신부님은 …….
“선우야, 어여 와라. 엄마 기다리겄다. 응?”
할머니가 선우를 불렀습니다.
“네. 할머니 잠깐만요.
할아버지, 저 이제 가야 해요. 엄마가 걱정하시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어디가 아픈거예요? “
선우는 할머니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음, 선우한테만 말해줄게요. 나는요”
신부님의 목소리가 어느새 아주 작아져있었습니다.
“네.” 선우도 작은 소리로 말하며 귀에 손을 올렸습니다.
“나는요, 백혈병이에요.”
신부님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네에?” 선우는 그만 눈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선우가 백혈병이라는 말을 사람들에게 할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며 아주 힘들어하는데 이 신부님은 마치 감기에라도 걸린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선우야, 가자.” 할머니는 어느새 저만큼 걸어나가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저 가야해요. 그리고 저도 할아버지랑 똑같아요.”
선우는 이 말을 하며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입가에 미소까지 번져나올려고 하는걸 참았습니다.
“아, 그렇구나. 잘가요. 그리고 힘내요.”
신부님 할아버지의 인사를 뒤로 하고 선우는 서둘러 할머니를 좇아 뛰어갔습니다.
“그 할아범하고 무슨 얘길 그렇게 했누?”
할머니는 은근히 궁금하신 눈치입니다.
“이름하고요, 어디가 아픈가하고요, 아참 그리고 할머니 그 할아버지 신부님이래요.”
“신부님? 성당에서 결혼도 안하고 사는 사람?”
“네. 이름은요 장 크렝깡이래요.”
“뭐? 크레까? 무슨 이름을 과자 부스러기를 따서 지었을고?”
“네에? 하하하 할머니도. 크레카가 아니고요 크렝깡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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