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후, 문화유산이 될 건축문화가 시급하다
천년 후, 문화유산이 될 건축문화가 시급하다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4.02.24 14:16
  • 호수 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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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마우나 오션 리조트의 붕괴사고(2월 17일 21시경)로 미디어 매체마다 떠들썩하다. 부산외대에서 신입생 환영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1천여 명의 학생들 중에서 1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속내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힐 뿐이다. 부산외대 총학생회 갈등으로 지도교수 없이 학생회 주관으로 무리하게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다보니, 학교의 재정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해 낙후된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체육관 시설로 지어진 건축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고, 출구는 하나뿐이어서 대형 참사를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50㎝가 넘는 폭설이 내린 지붕이 받는 압력은 7.5톤이 넘는다고 하니, 한국인의 안전 불감증도 한 몫을 한 셈이다. 


한창 대학생활을 꿈꾸며 인생을 찬란하게 설계할 청춘, 그들의 꿈을 한 순간에 밑둥을 부러뜨린 참사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나도 그런 참사를 당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또 다시 참사 소식을 듣게 될지, 내가 그 피해 당사자가 될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곳곳에 상업적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한 부실 건물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의 건축 기술이 후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건축 기술자들이 세계 곳곳에 지은 건축물들은 찬사를 받는 곳도 아주 많다. 똑같은 기술자들이 지은 건축물도 해외냐, 국내냐에 따라 천양지차이다. 해외에서는 자신의 이름과 명성을 걸면서도, 국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량품 건축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5년 전에 서유럽 3개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이튼스쿨 입구에 있는 우체통도 300년이 지난 빅토리아여왕 시대에 만들어져 런던 시가지 곳곳에 배치한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존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불과 3~4년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모양도 제법 예뻐서 우리 집 정원에 하나 세워두면 좋겠다 싶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곳곳에서 눈에 띄던 우리나라의 우체통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나라의 우체통을 공짜로 준다고 하여도 우리 집 정원에 세워놓고 싶을까?


프랑스에서도 감명 깊었지만, 이탈리아의 로마를 갔을 때이다. 가이드가 오래된 건축물을 가리켰다. 벽의 겉에 붙인 대리석은 2천 년 전의 것이며, 그 안의 벽돌은 2,500년 전에 쌓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마 시민들 중에서 일부는 아직도 로마 공화정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한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집 한 채를 지어도 수 천 년을 갈 수 있고, 그 예술성이 날이 갈수록 빛을 더욱 발휘하는 집. 과연 우리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건축세계인가!


우리나라는 7백년의 역사를 가진 ‘수덕사의 대웅전’, ‘봉정사의 극락전’, ‘부석사의 무량수전’ 뿐이다. 이렇게 된 연유는 잦은 외침으로 인한 소실이나 건축 재료의 상이함으로 인한 건축물 연한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래의 서양기술을 받아들여 지은 집들이라고 해도 한국의 건축물이 수천 년을 갈 것 같다는 믿음이 안 서는 것은 왜일까? 건축 재료가 서양의 것 이상이고, 아무리 건축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기술자의 장인정신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보 1호인 숭례문 복원 공사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그 가치를 상실시켰는지 모른다. 순전히 우리 기술과 우리 재료로 복원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복원 공사에 참여한 대목장과 참여치 못한 대목장 사이에 돈다발이 춤을 추고, 일제 도료를 구해다가 단청을 하여 참 잘못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다. 숭례문 복원 책임을 맡았다면 적어도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그 이전 건축물의 가치를 충분히 되살릴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이제 한국의 건축문화를 정립해볼 시점에 섰다. ‘빨리 빨리!’에 의해 지어진 건축물은 그 생명력도 짧고, 불량 건축물이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집 한 채를 지어도 예술성을 충분히 가미하여 소유주의 애착과 해당 지역사회의 조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천년 후에도 문화유산으로 사랑받는 건축문화의 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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