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의 천사(6)
파란눈의 천사(6)
  • 뉴스서천
  • 승인 2003.04.11 00:00
  • 호수 16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은색 옷에 회색 스웨터를 입은 파란눈의 신부님을 나는 한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사람들 틈을 뚫고 다가가 내가 먼저 말을 건냈습니다.
“음? 아…….”
신부님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날 기억해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저기, 저번날에 응급실, 백혈병…….”
“아, 맞아요. 이름이? 뭐였더라? 내가 이제 할아버지가 돼서 자꾸 자꾸 생각이 안나요.”
“선우요. 이선우.”
“아, 그래요. 선우. 반가워요.”
신부님이 커다란 손을 내밀었습니다. 얼떨결에 나도 손을 내밀었습니다.
신부님은 힘차게 아래 위로 팔을 흔들며 가족을 만난것처럼 기뻐하셨습니다.
“아, 그런데 지금도 많이 아파요?”
“조금요. 오늘 검사 받았어요. 결과가 좋으면 퇴원할 수 있대요. 신부님은요?”
“음, 나도 그래요.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할머니들 어린이들 많이 만나고 싶어요.”
“신부님 집은 어딘데요?”
“저기 차를 타고 한참 내려가야 돼요. 대천 알아요? 대천 옆에 있는 작은 성당이 내 집이예요.”
“그럼 거기에서 할머니와 또 아이들과 함께 사는거예요?”
“아, 그런건 아니고 성당에 할머니들도 아이들도 기도하러 다니니까요. 오늘도 날 위해서 기도하고 있을거예요. 그분들이 내 가족이예요.”
신부님이 가족이라는 말을 할 때 잠깐 목소리가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신부님 엄마는요? 엄마는 어디 사세요?”
나는 갑자기 신부님의 진짜 가족이 궁금해졌습니다.
“우리 엄마요? 음, 우리 엄마는 지금 하늘나라 가셨어요. 내가 여기 한국 온 다음 프랑스에서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돌아가신거 아주 한참 뒤에 알았어요. 누나들이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가 너무 늦게 도착해서 가 볼 수가 없었어요.”
신부님은 그렇게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날 보며 웃고 있었어요.
파란 눈과 우뚝 솟은 높은 코, 그리고 얇은 입술이 모두 웃고 있었지만 그래도 속마음은 슬플거라고 생각했어요.
“신부님! 신부님! 여기 계셨어요? 빨리 검사 받으셔야 해요.”
갑자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신부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 벌써 내 순서예요? 조금 밖에 안 기다렸는데, 선우랑 얘기하고 있어서 시간이 금방 가버렸어요.
도나다, 여기 이 학생은 선우예요. 우린 응급실 친구예요.”
도나다라고 불린 아줌마가 선우를 바라보았습니다.
(계속)

<함께읽는동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