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의 천사(8)
파란눈의 천사(8)
  • 뉴스서천
  • 승인 2003.04.25 00:00
  • 호수 1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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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소풍때 동물원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코끼리 우리 앞에서 주호, 재영이, 권모랑 코끼리 흉내를 내고 있는걸 선생님이 몰래 찍어서 주신 겁니다. 코를 잡고 서로를 향해 웃고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며 엄마는 작은 액자까지 사다 끼워주셨습니다.
‘재영이는 뭐하고 있을까? 녀석 한 번도 놀러오지 않네……. 오고 싶어도 못올거야. 학원을 다섯 개나 다닌다고 했으니까. 주호는 아직도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있을까?’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에서 엄마가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어머! 선우야! 빨리, 빨리 나와봐.”
“왜요?”
엄마는 거미를 싫어하는데 청소하다가 거미라도 발견한 모양입니다.
시큰둥한 얼굴로 나와보니 엄마는 텔레비전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흥분된 얼굴로 서 계셨습니다.
“왜요? 텔레비전에 누가 나오기…….”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난 엄마가 왜 그렇게 큰소리로 불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에 크렝깡 신부님이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신부님 맞지? 맞지? 와아. 정말 반갑다. 이렇게 텔레비전으로 보게 되다니. 아차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엄마는 서둘러 비디오에 테이프를 넣고 녹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엄마와 난 텔레비전 앞에 나란히 앉아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신부님은 검은 옷을 입고 강가를 산책하고 계셨습니다. 강물에 비친 햇빛이 신부님의 얼굴에 환한 얼룩을 남기곤 했습니다. 신부님이 살고 계신다던 대천 아래 작은 마을인가 봅니다. 조용히 산책하고 계신 신부님은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텔레비전 속 누군가가 신부님이 어떤 분인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내가 알고 있는대로 프랑스에서 오셨고, 한국 이름은 강진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우리나라에서 헌혈을 제일 많이 하신 분이라고도 했습니다.
위급할 때 피가 없어 죽어가는 가엾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헌혈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신부님이 헌혈을 하고 계신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백혈병에 걸리기 전의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이젠 오히려 신부님은 누군가의 피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잠시후 신부님이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모습이 나왔습니다. 내가 입원했던 그 병원입니다. 오늘 아침까지 머물렀던 곳이죠.
“어머, 저기 저 선생님도 나오시네. 어, 선우야 네가 좋아하는 김간호사 누나도 나온다.”
엄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 신기한가 봅니다. 하지만 나는 신부님이 더 궁금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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