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서천의 생태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1)창녕 우포늪과 생태관광
■기획취재/서천의 생태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1)창녕 우포늪과 생태관광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4.10.14 14:26
  • 호수 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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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 간직한 우포늪…자연생태 보전지역 지정
늘어가는 관광객…창녕군, 주변 관광지 연계에 주력
자연생태 보존 위해 인원 통제 필요성 대두

◆연재를 시작하며

민선4기와 5기 때 군 집행부는 군정 목표를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에 두고 이와 관련한 행정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가치관과 생활 습관 등의 근본적인 변화없이 추진되어온 정책들은 한갓 공염불에 불과했으며 그 빈껍데기들이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군민들의 삶을 옥죄어 오고 있다.

민선 6기에 들어서도 이러한 왜곡된 생태도시 개념이 변화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생태관광과의 업무도 ‘지역경제활성화’라는 목표는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관광객 유치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생태관광이란 과연 무엇이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는 어떻게 추진돼야 하는지, 주민들의 삶의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뉴스서천에서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군민들과 함께 이러한 고민을 하기 위해 이번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5회에 걸쳐 연재하는 동안 국내외 사례를 곁들여 서천군이 나아가야 할 생태관광 정책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포늪 수면을 뒤덮은 수생식물 생이가래. 호수의 부영양화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태주의와 생태관광

현대의 산업사회는 더 많은 재화의 생산과 소비를 추구해왔다. 그래서 경제성장(GDP의 확대)만이 중요시되었고, 물질적 재화를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와 생활을 ‘더욱 풍요로운 사회’, ‘더욱 인간다운 생활’로 간주하고 ‘더 많은 행복’ 또는 ‘더 큰 진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는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폐기물을 배출함으로써 더 많은 환경부하를 초래해 인류는 위기감을 맞게 되었다.

환경문제로 인해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1972년 가을 북유럽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인간환경회의에서 ‘인간은 그 생활의 존엄과 복지를 보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유, 평등, 적절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기본적 권리를 갖는다’라는 ‘인간 환경 선언’ 채택했다. 여기에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며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보는 사상이 담겨 있으며 이를 생태주의라고 한다.

이후 20년이 지난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 환경개발회의(UNCED)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이 채택되었다. 이 선언은 1972년 스톡홀롬 회의에서 채택된 ‘인간 환경 선언’의 정신을 확대 강화시킨 것으로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ESSD ;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을 실현하기 위한 27개의 행동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21세기 지구환경실천강령(Agenda 21)’이 채택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협약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이나 사회시스템에 국한하지 않고 자연관과 윤리 등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나타나게 되었으며 이를 ‘급진적 생태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대량 소비를 위해 숲을 파괴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전혀 생각지 않는 ‘세대이기주의’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젖어 있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생활에서 이러한 생태주의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는 ‘생태관광’을 들여다보면 생태주의에 반하는 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태관광이란 잘 보존된 자연과 함께 주민들이 생태적으로 사는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포늪생태관 앞에 전시된 어부의 모습. 뒤로 조형물이 보인다. 이곳에서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는 정 아무개씨는 “건물보다 자연에서 감동을 받는다”며 이러한 조형물들을 왜 설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자연 늪 우포늪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륙습지로 경남 창녕군에 있다. 억새 숲으로 유명한 화왕산(767m)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낙동강과 만나기 위해 서쪽으로 흐르다 낮은 지대를 만나 호수를 이루게 되었는데 규모가 가장 큰 우포늪이 127만8285㎡이며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을 합해 모두 231만2926㎡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 290만㎡에 조금 못미친다.

토평천이 우포늪으로 실어온 흙과 모래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해발 고도가 9.6m인 반면, 하류인 낙동강 쪽 자연제방은 홍수 때 실려온 퇴적물이 작은 동산처럼 높게 쌓여있어(해발 14~17.5m). 홍수가 나면 낙동강물이 역류해 들어와 낙동강 하류의 수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곳적부터 이곳 사람들은 우포늪이 가져다 주는 혜택에 의존해 삶을 이어왔다. 지금도 작은 어선을 이용해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

우포늪에 대한 보전조치로 1962년 철새 도래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1973년 도래하는 철새의 감소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기도 했다. 1997년에 와서야 우포늪과 그 주변 8.54㎢가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1998년 3월 2일에 국제 람사르협약에 따른 보존 습지로 지정되었다. 2011년에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524호)으로 지정되었다.

▲우포늪의 지표식물인 가시연. 지름이 2m가 넘게 자란다.

◇지역 주민을 강사로…우포늪 생태관

우포늪생태관은 조류, 어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등 각종 습지 야생동물의 기록을 보존, 연구하며 우포늪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시하는 공간이다.

생태 환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우포늪의 이해, 우포늪의 사계, 살아있는 우포늪, 우포늪의 가족들, 생태환경의 이해 등의 전시실로 구성된 교육 현장이기도 하다. 또한 살아있는 우포늪을 체험하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태환경을 이해하는 자연학습장이다.

이곳에는 공무원 5명, 무기계약직 2명, 기간제 사원 6명, 자연생태해설사 15명과 공공근로 요원이 일하고 있다. 시설 유지를 위해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어른은 2000원, 어린이는 1000원이다.

우포늪은 그 독특한 자연경관과 살아있는 생태 자원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우포늪 생태관은 우포늪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8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우포늪생태관을 찾는 사람은 연간 1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창녕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곳을 거점으로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를 추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우포늪생태관에서 일하고 있는 노용호씨를 만났다. 그는 우포늪에 접한 마을 출신으로 우포늪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창녕군에서 특채하여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주민강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양성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종 다양성 회복의 길, 따오기 복원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비가 오면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해 저장한다. 또한 물에서 잘 자라는 생이가래와 같은 식물들은 물을 썩게 만드는 영양분을 먹고 늪 안의 물을 맑게 유지시켜 준다. 이들 식물들은 늪 안에서 올라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며 광합성 작용을 함으로써 지구온난화 완화에 기여한다.

우포늪이 오늘처럼 보전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인식씨를 만났다. 그는 습지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습지와 새들의 친구, 습지보전네트워크 등을 창립하는 데 참여했으며 2010년부터는 우포늪을 지키고 따오기를 복원하는 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새벽에 일어나 우포늪을 돌아보며 모니터링하는 일로 시작된다. 창녕군청에 정책 자문도 하지만 군에서 벌이는 사업을 비판해 제대로 된 환경보존의 길로 가도록 압박하기도 한다. 그는 “우포늪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보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방문 인원 제한 필요성을 말했다. 또한 “매립해 논으로 만든 ‘대대들판’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햇다. 

따오기 복원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그는 우포늪의 생물 다양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따오기는 황새목 저어새과의 조류로 소나무와 낙엽 활엽수 사이에 둥지를 틀고 논, 하천, 저수지와 호수 주변에서 먹이사냥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2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 세계에 16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씨의 노력으로 따오기가 150여 마리로 늘었고 충분한 개체 수가 확보되면 자연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포 늪 주변에 이들의 주 서식지가 될 장소를 점찍어 두고 있었다.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논리에 많은 이들이 공리주의를 내세우며 적절한 이용을 주장한다. 이인식씨는 이러한 주장이 결국 환경파괴로 이어지는 일들이 도처에서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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