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교편 잡아온 임대영교사
“머리카락에 염색하고 교복 안에 사복입고 매니큐어 칠하는 등 학교 규칙 위반한 학생은 내일까지 정리하고 오도록 만약 내일 점검해서 걸리면 3개월간 화장실 청소다”신나게 떠들던 학생들은 학생주임 교사 출현으로 일순간 긴장에 휩싸인다.
교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삐딱한 행동이나 탈선의 기미가 있는 현장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학생주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한 번 찍히면 졸업 때까지 편치 못하다는 것. 학교에서 필요악으로 존재하는 학생주임은 그래서 학생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교사. 그러나 전인교육을 목표로 학생 자치활동을 활성화하고 학생이 참여하는 학교, 개성과 적성에 맞게 즐거운 배움터를 만들어 가는 교사가 있다.
“교문지도요? 사라진지 오랩니다”
학생주임을 12년 동안 해온 서림여자중학교 임대영(48)교사. 그가 학생주임을 하며 학교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물론 처음 임교사가 학생주임을 맡았을 때 권위적인 모습으로 두발검사부터 복장 등 날카로운 눈빛으로 교칙에 어긋나는 학생들에게 용납이란 없었다. 그러나 강한 것은 부러진다는 말처럼 규제가 아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토론을 통해 교칙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교문지도의 경우 형평성 문제에서 어긋나며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없앴다. 사춘기 시절 여학생들에게 가장 관심거리인 두발자율도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정해 스스로 지키도록 유도했다. 학생들도 스스로 정한 교칙이기 때문에 타율이 아닌 자율적으로 지키고 있다. 그의 넉넉함과 자상함은 학생주임의 일반적인 별명인 '호랑이 선생님'이 아닌 아버지로 통하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과의 정을 잊지 못하고 졸업 후에도 편지를 하거나 종종 학교에 찾아온다.
전북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79년 과학교사로 부임한 임교사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해준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래서 교직에 몸을 담았으나 학교의 교육여건은 너무나 열악했다. 입시지옥에 몰리는 학생들에게 교사로 줄 수 있는 것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먼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과목에 학생들에게 최선의 것을 제공하고 싶었다. 자칫 과학에 흥미를 잃기 쉬운 학생들을 위해 유머를 섞어가며 수업을 시작했고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많이 듣다. 또 자연스럽게 과학과 연관된 수학, 역사, 등 일반 상식들을 전하며 학생들에게 전과목 교사로 통하기도 한다.
학생교육에 있어 인격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어 발령 첫해부터 지역에서 걸스카우트를 담당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좋은 인격을 형성하도록 돕기 때문.
또 소풍의 경우 매년 지역의 한 장소만 지속적으로 가면서 한계를 느낀 임교사는 견문을 넓히고 역사의식을 키우기 위해 전학년 수학여행을 주선했다. ‘알고 보면 역사가 보인다’는 유인물을 만들어 여행지 사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해 학생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청소년들의 놀이문화가 부족한 것이 안타까운 임교사는 다양한 견문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있다. 또 과거 담임을 했을 때 반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사비를 털어 학비를 조달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슬하에 아들만 둘이라 학생들이 모두 자신의 딸 같기만 하다”는 임교사는 초심의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선도한다.
“항상 학생들에게 부족한 자신을 느낀다”는 임교사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과 외면이 커지는 세태 속에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연구 중심의 교육을 통해 새시대를 열어가고 싶다. 또 공동으로 실천하고 신뢰하는 교육 공동체를 건설하길 소망한다. 갈수록 원하는 교사의 상은 다양하지만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사랑이 바탕이 된 교육을 이끄는 임교사 그는 노랫말 가사처럼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는 어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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