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덫’에 걸린 서천군
‘상생의 덫’에 걸린 서천군
  • 조동준 서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15.03.16 16:36
  • 호수 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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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오래된 이웃 군산과 10년 만에 만나 행정협의회를 열고 서천과의 ‘화해·협력·상생·공동 발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군산과 ‘상생’ 정책의 일환으로 “서해안시대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거점지역”으로 서천·군산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두 자치단체장의 웃는 모습과 함께 홍보했다. 이날 행정협의회에 앞서, 양안의 고위 간부들이 오가며 상견례도 하고 세부적인 상생발전 계획을 실무 부서별로 짜내느라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핑크빛’ 상생 모드로 서로 분위기 좋게 한가로이 기념사진 찍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을 때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우려는 ‘함께 잘 지내보자’는 상생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을 ‘덫’이 너무도 빨리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금강하구의 퇴적 토사를 매립한 해상매립지의 개발, 소위 ‘금란도(황금알)’라 지칭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군산이 그동안 이를 반대해 온 서천과의 상생모드를 틈 타 과거 ‘친수공간 조성’ 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대규모 ‘관광레저-스포츠타운’을 조성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불순한 기도는 2월 3일 첫 행정협의회가 준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천에 한 마디 언질도 없이 추진됐고,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행정협의회의 공동선언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인 2월10일 경부터 전북지역과 중앙언론을 통해 ‘금란도 개발’이 전면적으로 공개됐다.

장군대교·금란도 개발은 장항에 치명타를 줘 회복불능의 상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허울뿐인 ‘상생’ 되돌아보고 서천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군산시는 소위 상생을 얘기하면서, 그동안 상생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민감한 사안이었던 이 문제를 이면에서 추진하고 있었고, 행정협의회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후 일방적으로 여론전을 벌였다. 금란도의 개발은 금강하구의 어업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더 나아가 공동선언문에서 밝힌 양안의 균형있는 발전을 가장 먼저 파괴할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특히 장군대교의 완공과 금란도 개발이 맞물릴 경우 수많은 도시재생 사업 등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장항의 활성화는 결정적 타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천과 군산의 상생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던 초기부터 군산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동안 서천에 ‘발목 잡혔던’ 현안을 해결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뿐 이었다. 그 속에 ‘금란도 개발’이 핵심 키워드였다.

이제 진행되고 있는 서천과 군산의 상생이 얼마나 허울 좋은 ‘놀음’인지 깨달아야 한다. 현대사회, 지역의 현실에서 무한경쟁에 의해 지배되는 경제 질서에서 과연 자치단체간의 상생이 가능한지 되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행정협의회의 공동선언문을 곱씹어 보고, 군산의 금란도 개발 의도를 포기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상생을 원한다면, 상생을 얘기하며 이면에서 이와 같은 일을 벌여 온 군산시장의 사과를 받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허울뿐인 상생을 붙잡고 군산의 속셈에 더 이상 놀아나선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적절한 긴장관계 속에 우리 서천이 지키고, 얻어내야 할 것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해야 한다. 가슴 아프지만, 현재 군산에 비해 열등한 서천은 상생을 통해 잃어야 할 것들이 더 많다.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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