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
  • 뉴스서천
  • 승인 2003.05.23 00:00
  • 호수 1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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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님
사람은 누구나 동화 한 편쯤은 마음 속에 안고 살아가지요.
잘 알려진 동화 ‘강아지똥’을 읽으셨나요.
이 동화의 지은이 ‘권정생’님은 경북 안동 어느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데요, 한때는 작은 시골 교회의 종지기로 생활을 하였답니다. 몸도 성치 못한 상태에서 새벽마다 종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추운 겨울 새벽에는 장갑을 끼고 종을 쳤는데 새벽 예배를 알리는 경건한 시간에 장갑을 끼고 종을 치는 일이 문득 마음에 걸려 그때부터는 장갑을 벗고 종을 쳤답니다.
그 당시 교회의 허름한 문간방에서 기거했는데 추운 겨울밤이면 쥐들이 방에 들어와도 안쓰럽다고 내쫓지 않고 같은 이불 속에서 함께 잠을 잤다고 해요.
동화 ‘강아지똥’은 그분의 출세작인데요. 골목길에 강아지가 싸놓고 간 한줌의 똥을 보고서 생태계의 순환원리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길거리에 버려진 강아지똥. 더럽고 하찮은 존재지요. 천덕꾸러기로 여기저기 나뒹굴다가 거의 부식된 상태에서 파아란 민들레 싹 앞에 머물게 되지요.
꽃대를 올리려면 밑거름이 필요한 민들레에게 그 강아지똥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지요.
그 강아지똥 덕분에 이른 봄, 민들레는 우리 곁에서 노랗게 피어납니다.
‘권정생’ 님에게는 하찮은 쥐 한 마리도, 강아지똥도 생태적 질서에서 보면 모두가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권정생’ 님이 근자에 ‘우리들의 하느님’ 이라는 산문집을 내놓았습니다. 책이 좋았던지 ‘문화방송 !느낌표’ 프로그램에서 선정 도서로 택하기로 하였답니다. 방송으로 나가기 전에 방송사에서는 미리 20만부를 출판해 달라는 부탁을 했답니다. 방송으로 나가면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많이 팔리기 때문이었겠죠.
작가인 ‘권정생’ 님도 출판사도 모두 그 청을 거절했습니다. 작가로서 책도 많이 읽히고 돈도 벌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방송을 통해 한손에 돈을 버는 것이 한탕주의 세태에 동참하는 것 같아 싫었고, 좋은 책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독자들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는 법이니 책의 선정권은 독자에게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의 이 천박한 시대에 만나기 힘든 소중한 분이라 생각해요.
‘우리들의 하느님’ 어서 한 권 사서 함께 읽어보고 싶군요.
<나우열/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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