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북핵? 햇볕정책 중단의 아쉬움
■모시장터/북핵? 햇볕정책 중단의 아쉬움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6.01.18 11:24
  • 호수 7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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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햇볕정책 중단의 아쉬움 

“그때 고등학생들이 공습 대비한다고 건물 철거작업에 동원돼서 학생들이 다 나와 있었어. 그런 학생들이 (쓰러지고 깔려서) ‘미즈(물), 미즈’ 소리치고 있더라고. 조금 있다 보니 비가 오데. 비가 새까매. 먼지가 올라가서 만들어진 비라. 검은 비라. 화상 입은 사람들이 그 비를 맞으니, 어휴, 옷을 안 입고 있는 사람들 보면 비를 맞으니까 살 껍데기가 좌악 벗겨져. 감자껍질 벗겨지듯. 그래 막 아프다고 하고, 또 그래가 모자 쓴 아이들 보면 모자 덮었던 곳은 머리가 있는데 밖에는 다 타버리고 없어요. 말도 못해요.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지. … 전차들이 서있어 보니 전차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나무는 타고 없고 시체만 엉겨있고, 사람들이 불타서 죽으니까 이를 드러내고 있는데, 옷이고 어디고, 아이고 하룻만에 애벌레가 파리가 되는지 파리가 시체에 새까맣게 붙어있어.” (한국원폭피해자 65년사, 증언집)

“가장 큰 병원인 적십자병원의 경우, 의사들 30명 중에서 6명만이 진료가 가능했고, 200명 넘는 간호사들 중 10명만이 업무를 볼 수 있었다. … 단 일격으로 24만5천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에서 거의 1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즉사하거나 치명상을 입었으며, 10만 명이 또 부상을 당했다.”(존 허시, <1945 히로시마> 2015)

인류사상 핵폭탄이 실전에 사용된 것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이 유일하다.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에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중동지역에서의 무수한 전쟁이 있었지만 원자탄이니 수소탄이니 하는 핵폭탄이 다시는 사용된 적이 없다. 그것을 쓰자고 주장하는 강경파들도 있었지만 세계 지도자들은 그런 ‘미친 짓’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경험을 통해, 그것은 인간이라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는 ‘악마의 무기’라는 것을 온 세계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현장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태반이 1-2년 사이에 죽었거나 평생을 후유증으로 고통 받으며 살았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에 대한 강박증 같은 공포감으로 전쟁에 대비하던 50-60년대의 냉전기간 동안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어 비축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쏘면 상대도 쏠 것이고, 결국은 나도 죽고 상대도 죽고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방사능에 오염된 지구에서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상호확증파괴(MAD)'라고 한다. 즉 ’네가 쏘면 나도 쏘겠다‘라며 서로를 견제하는 목적 외에는 보유할 가치가 없는 무기인 것이다. 뒤늦게 알아차린 선진국들은 일체의 핵실험을 중단했으며(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 최소한의 양을 남겨두고 순차적으로 폐지하자는 데 합의했다. 

오늘날 핵무기 반대는 상식 있는 인류의 보편적 지향이 되었다. 이 운동을 최초로 시작한 사람들은 바로 처음 히로시마 원자탄을 만들었던 미국의 과학자들이다.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고 전범국인 일본·독일에 보복하기 위해 핵폭탄 개발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가져온 가공할 결과를 보고는 그것을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책을 느꼈던 것이다. 

핵무기의 무서움은 폭발력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남기는 방사능의 위해는 폭발 이후로도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지속된다. 인간은 까닭도 모른 채 백혈병에 걸리고 빈혈과 무기력증을 앓고 각종 암에 시달리면서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핵폭탄에 비하면 영향력이 미미한 연료용 핵, 즉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만으로도 그 인근은 쑥대밭이 된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인근의 오염된 마을 70여개를 땅에 묻은 뒤에야 진정이 됐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연안의 농수산물에 대한 기피를 가져오고(한국은 아직도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한다), 세계 기업인들이 도쿄 방문을 기피하게 만들었으며, 나아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 방사능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는 향후 ‘원폭증’과 같은 후유장애를 입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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