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5일장 옛 모습 어디가고…”
“추석 앞둔 5일장 옛 모습 어디가고…”
  • 뉴스서천
  • 승인 2003.09.05 00:00
  • 호수 1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 재래시장 특징 없이 명맥만 고스란히 유지
재래시장의 형성은 씨족이 모여 부족을 이루고 삶을 영위할 때인 신석기 시대부터였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때부터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량도 증가하고 사회적 분업을 촉진시키며 잉여 생산물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물물교환 형태로 사고 파는 시장이 열리게 됐다. 그것이 재래시장이다.
추석을 앞두고 본지는 온갖 것들을 구경하고 물물을 거래할 수 있었던 옛날 재래시장의 모습을 기억하며 서천군 5일장 풍경을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추석은 코앞인데…
손님은 어디에?”
지난 2일 오후 서천읍 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병화씨(56)는 기나긴 불경기를 원망하며 긴 한숨을 내쉰다.
“30여 년 서천읍 시장에서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입니다.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작년의 절반도 안 팔리고 있어요”
서천 5일장에 활어 등 각종 생선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댔던 어물전과 과일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예 상인들은 손님 끌기를 포기한 듯 졸거나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듯한 서천시장 상인들은 한결 같이 “대부분의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가버린다며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조금만 더 버텨내면 하반기부터는 다소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상인 홍모(67)씨의 얘기는 어두운 지역경기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지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형마트 등에서도 `‘추석특수’ 분위기는 거의 흉내내기 수준이란다.
추석을 앞두고 지역내 마트들은 가격 할인과 경품지급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각종 추석 선물세트를 다량으로 입하했지만 사람 없는 매장은 언제나 썰렁하기만 하다.
ㅎ 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순자(44)씨는 “이번 추석은 경기 여파로 다른 명절보다 더 검소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선물도 생활용품 위주로 선택하고 꼭 인사할 곳만 찾을 예정이다”고 말한다.
서천군에서 개장하는 5일장 중 그래도 서천 만한 5일장이 서는 지역은 없다 하지만 서천 역시 경기불황에다 시장의 현대화에 밀려 손님 없는 추석 대목장을 보내고 있다.
“추석 대목장엔 현상
유지만이라도…”
동네 상권의 몰락도 점차 가중되고 있는데 재래시장이 버텨낼 수 있을까?
인근 지역의 대형마트에 밀려 장항의 소점포와 재래시장은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장항 5일장.
장항지역 대부분의 상점들은 추석 대목장을 맞기도 전 `50%세일’ 등의 선전문구를 걸어두고 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장항에서 여성 의류점을 경영하는 이모(47)씨는“현상유지라도 해야 지난해 수준에 오를 것 같아 중저가 상품을 많이 갖다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며“어떤 날은 아예 마수걸이를 못하는 날이 허구하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나마 음식점 불황의 그늘은 짙게 드리워진 상태는 아니나 지역 경기 여파를 예상했을 때 외식이라는 말은 도시인들만의 여유인 듯.
장항항에 작은 돛단배가 줄을 이으며 각종 어패류와 활어를 재래시장에 쏟아 부어놓으면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북적대고 그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났던 장항 5일 장의 모습은 이제 없는 듯 하다. 다만 재래시장이란 이름으로 장항시장에서는 공산품이 주류를 이루는 의·식·주에 필요한 물건만 잔뜩 진열돼 있다.
“모시가 제일이었지!”
70∼80년대 한산 5일장은 모든 것들이 상품으로써 다종을 이루고 있었다.
한산면 지현리에 거주하고 있는 노순점(80)할머니는 설과 추석 명절을 즈음해 한산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고 한다. 사람 구경에다 푸성퀴를 비롯해 농산물, 축산물 등의 먹거리와 공산품.
무엇보다 아이들은 명절빔을 얻어 입을 수 있는 그런 날이어서 한산 5일장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날이었다. 재래시장은 부모를 따라나온 아이들에게는 없는 것이 없는 산 교육의 장터 기능까지 소화 해냈으리라.
한산 5일장은 뭐니 해도 모시가 최고였다고 한다. “모시가 제일이었지, 그전에는 5일장에 모시가 겁나게 나왔었어!”한산 5일장의 옛 모습은 모시 구입과정의 흥정과 탁주 한 사발에 5일장의 즐거움은 최고였다고 한다.
예전엔 한산 5일장을 보기 위해서 새벽부터 부여 양화, 기산, 화양, 마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러나 재래시장이 하나둘 사라져 가는 요즈음 한산 5일장은 현대화된 유통업과 현대시장에 밀려 장항, 판교, 비인 등에서 개장되는 5일장과 별다를 바 없다.
짙어 가는 불황의 그늘 속에서 예전보다 모든 것이 곱절 이상 줄어들었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중론이다. 추석을 앞두고 ‘반짝경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굿이 초라한 한산 5일장을 말하지 않아도 다가올 추석 대목장을 암시할 수 있다.
“한산 5일장은 많은 물건도 보고 샀지만 사람 만나는 장소였지, 새벽에 열리는 모시장도 기껏해야 30필 정도여, 5일장이라야 반나절이면 끝이지…”
예전 한산 5일장을 회고하는 노순점 할머니에게 지금의 한산 5일장은 씁쓸한 장이다.
<특별취재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