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일꾼을 선택하자
봉사하는 일꾼을 선택하자
  • 뉴스서천
  • 승인 2002.04.04 00:00
  • 호수 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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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항상 일년을 설계하는 계절이다. 금년 봄은 개구리가 땅 속을 헤집고 나오면서 선거를 물고 나왔다. 온통 나라 안팎이 선거 열기가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등학교 회장 선거부터 회원농협조합장 선거가 이미 치러졌고 6.13선거 출마예상자들의 행보는 벌써부터 바쁘기만 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선거가 본래 그렇듯이 순수해야할 어린이들의 선거에서부터 조합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좋지 못한 뒷이야기가 무성하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회장 선거에 집단으로 피자가 날아다니고, 회원농협 조합장 선거에 세종대왕 지폐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그러고 보면 ‘혼탁’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과목인가보다. 이러다간 금년 선거농사는 그 수확을 제대로 볼 수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도자를 뽑는데 우리가 가장 알기 쉬운 것을 항상 망각하기 때문에 혼탁선거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선거에 출마하는 많은 후보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당선이 되면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등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 붇는다. 하지만 이는 벼농사를 한 번도 져보지 않은 사람이 금년에 수확왕이 되겠다고 떠드는 거나 똑같은 이치다.
그러나 더욱 웃기는 일은 매번 벼농사를 한 번도 져보지 않은 사람들이 ‘혼탁’을 등에 업고 수확왕이 된다는 점이다.
올해 모든 선거에 회자되는 사람들 중 누가 이 사회에 진정으로 봉사를 할 수 있을지는 벌써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이제 건실한 봉사자, 진정한 수확왕을 뽑는 것은 심사위원 역을 맡을 주민들의 몫이다.
최근 우리 동네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서면수협 김 모 조합장의 얘기다. 김 조합장이 어촌계장을 할 당시 서면어촌계가 서면수협으로 승격됐다. 당시 어촌계장이었던 김씨는 조합원들에 의해 조합장직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김 조합장은 어촌계장 임기 4년을 조합장직까지 포함해서 채우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난다고 했다. 그 시기가 올해라고 한다. 그런데 조합원을 대표할 수 있는 대의원 총회에서는 어촌계장 임기를 제외하고 별도로 조합장 임기 4년을 채워줄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끝까지 이를 고사하던 김 조합장과 대의원들간의 줄다리기가 있었고 결국 삼고초려(三顧草廬)의 힘에 입어 김조합장이 이를 수락했단다. 서면수협의 이같은 분위기는 자신의 영달과 명예욕을 채우려고 신의와 정도를 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가오는 선거에 출마할 많은 후보자들에게 ‘진정한 봉사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번 우리 동네 지방선거는 서면에서 부는 참으로 시원하고 통쾌한 바람이 곳곳에서 싱싱 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사가 온통 하늘을 뒤덮고 있다. 금년엔 유난히도 봄 가뭄에, 황사에, 온 세상이 혼탁하다. 하지만 들에 산에 희망의 새싹이 돋고 있다. 막 터지고 있다.
농부가 논을 갈고 있다. 풍년을 기약하면서 온통 희망이 넘친다. 금년에는 우리 동네 일꾼을 봉사하는 사람으로 선택했으면 한다. 평소에 봉사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으로.
<양수철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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