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조집 ‘윤슬에 대하여’ 펴낸
네 번째 시조집 ‘윤슬에 대하여’ 펴낸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11.25 16:16
  • 호수 10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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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출신 백승수 시조 시인
▲백승수 시인
▲백승수 시인

유구한 역사를 지닌 민족에게는 그 민족 고유의 정형시가 있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정형시이다. 율격적으로 혼성율격인 성질을 가진 리듬으로 상정되는 단순 율격이며, 3612음보가 한 수를 이룬다. 글자 수로 따지면 한 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등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2 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1982시조문학, 1984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서천 출신의 백승수 시인이 최근 네 번째 시조집 윤슬에 대하여를 펴냈다.(도서출판 명성서림)

백 시인의 활동 공간은 서천과는 거리가 먼 부산 지역이었다. 동래고등학교와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대학원에서 석사, 동아대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성파시조문학상 수상에 이어 2016년에는 부산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산여자대학 동아대학 강사 및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위원, 부산시조시인협회 고문으로 그리고 서천문화원 자문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의 이력에는 항상 충남 서천 출생이 따라다닌다.

40여년 동안 시조집 펴낸 2의 돌, 화개마을에서, 반구대 암각화, 윤슬에 대하여등 네 권의 시조집에 담긴 그의 시조들의 기초 자양분은 고향 서천에서 체득한 것들이다.

필자의 유년 시절의 초가집 화단 맨 앞줄에는 늘 채송화가 있었다. 자주색을 비롯해 분홍색, 흰색 그리고 노란색의 손톱만한 꽃이 앙증맞고 귀엽게 피어있었다. 백 시인의 채송화 일기는 그런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작은 꽃 한 송이에 오뉴월 햇살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라는 싯구는 상상력의 극치를 이룬다. 햇살이 작은 꽃잎에 그것도 떼 지어 몰려온다는 것은, 분명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권혁모 시조시인은 시집의 발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문학박사의 학문적 업적이 이루어 낸 해박한 식견과 소탈한 성품이 친근감을 주는가 하면, 그가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은 누님이고 형님이며 아우였으니, 이보다 더 질박한 삶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의 시조에서 읽을 수 있는 건강한 보법으로 미루어 생활 속 어느 한 부분도 시조 아닌 것이 없는 듯하다. 이런 삶이 은은히 배인 시조가 이번에 출간하는 윤슬에 대하여에서 온전히 보인다. 여든 편 대부분이 겸손하고 따뜻한 삶의 성찰이며,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시편들로 읽는 이의 가슴을 출렁이게 한다.”

▲시조집 ‘윤슬에 대하여’ 표지
▲시조집 ‘윤슬에 대하여’ 표지

어느 봄날 안양천에서 가까운 시인끼리 모여 시낭송회를 하고 있었다. 그때 안양천의 물빛이 작은 다리 아래에 비쳐 아름다운 무늬로 일렁이는 모습을 보며, 시인은 “‘윤슬이 참 아름다운 우리말이지지요하였던 때가 있었다고 권혁모 시인은 회고했다. 윤슬은 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일컫는 말이다. 그 작은 반짝임을 노래한 윤슬에 대하여는 시인이 아니고는 이렇듯 질펀한 서정으로 엮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이 있다는 건 참으로 기적이야
어렴풋이 나약하게 무심으로 반짝이며
작고 또 작은 것들을 그림처럼 그려내지.

바닷가에 달 비치어 이뤄내는 물무늬에
윤슬이란 이름 붙여 쓸쓸함이 더해지면
깨져도 다시 살아나 일렁이는 바로 그것.

때론 잔잔하게 또 어떤 땐 우아하게
비늘같이 아른아른 반짝이는 춤사위는
결국은 자신을 위한 불꽃놀이 같은 거지.

그럴 땐 높고 낮은 별의 노래 들려오고
그 노래 어딘가에 사는 일이 아픈 이 밤
그것들 뭉치고 흩어지며 또 하나의 꽃이 되지.

- ‘윤슬에 대하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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