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피었네
행여 힘에 붙여 흩어질세라
숨죽여 눈길을 걷네
산 나그네 졸이는 발걸음
이름 모를 날짐승
화들짝 놀라
순백의 자연이 무너지네
졸업식 행사장 들르며
신입생 환영식도 머지 않겠지
노오란 넥타이에 가벼운 정장
한껏 부푼 마음으로 나들이 갔었네
미사 끝난 뒤 귀가 길
길섶의 쑥나물 언뜻
내 고향 농촌에서는
볍씨. 모판 손질이 부산 하것네
지하철 내리자
후미진 곳에는 아직도
박스주택이 즐비하고
찡그린 군상들만 어깨를 부비었네
백년만의 설화(雪禍)에
가녀린 쑥 다시 묻히고
FTA에 멍든 농심
오장육부 타 들어 가것네
그렇지만
눈발이 발버둥친다한들
피어나는 복수초 꽃 어찌 할 수 없고
경운기여, 그대 또 무대에 서야 되것네
김지용(언론인, 전 뉴스서천 칼럼위원)
저작권자 © 뉴스서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