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날 때부터 아는 자와 배워서 아는 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날 때부터 아는 자와 배워서 아는 자
  • 송우영
  • 승인 2022.08.25 08:33
  • 호수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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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어려운 환경과 처지를 오로지 공부 하나만으로 인류의 사표에 이른 인물을 들라면 아마도 공자가 압권이리라. 그런 공자의 말을 일러 공자왈孔子曰또는 자왈子曰이라 한다. 여기서 자필부위지천하사匹夫爲之天下師라는 필부에서 천하의 스승이 되었다라는 말이고, 일언위지만세법一言爲之萬世法이라 하여 한 마디의 말이 만세의 법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는 날 때부터 별이 된 것은 아닐 터. 하루는 자로가 섭공과의 대화를 들려준 일이 있다. 논어 술이述而7-18문장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에 대해 물으니<섭공문공자어자로葉公問孔子於子路>, 자로가 무식한지라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자로불대子路不對> 그리고 돌아와 공자께 섭공과의 일을 말했다. 다 듣고난 공자는 매우 서운하신 듯 말씀하신다. “너는 어째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여해불왈女奚不曰> 그의 사람됨은<기위인야其爲人也> 공부를 했다 하면 밥먹는 것도 잊고,<발분망식發憤忘食> 음악을 공부하면 근심도 잊으며, <락이망우樂而忘憂> 장차 몸이 늙어가는 것도 알지 못하거늘,<부지노지장지不知老之將至> 너는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운이云爾>”

얼마나 서운하셨으면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논어 공야장公冶萇5-27문장에서는 공자의 공부습관을 이렇게 기록한다. “열 개의 고을<십실지읍十室之邑>이라도 충신됨이 나만 한 이는 있겠으나,<필유충신여구자언必有忠信如丘者焉> 공부를 나만큼 좋아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 그야말로 공부에 관한한 하늘을 찌르는 자부심이다.

그런 공자도 스스로에게는 늘 겸손하셨다. 논어 자한子罕 9-7문장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내가 아는 게 있는 거 같던가.<오유지호재吾有知乎哉> 나는 아는 게 없다.<무지야無知也> 하잘 것 같은 이가 내게 묻기만 해도<유비부문어아有鄙夫問於我> 나는 앞이 하예진다.<공공여야空空如也> 나는 비틀어 짜서 이쪽저쪽 간신히 설명해줄 정도다.<아고기양단이갈언我叩其兩端而竭焉>”

공부를 많이 했던 공자도 교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이렇게 검속하셨던 것이다. 하루는 제자가 앎에 대해 물었다. 여기에 대한 답변이 논어계씨季氏16-9문장에 기록되어 전해진다. “날 때부터 아는 자가 최고다.<생이지지자상야生而知之者上也> 그 다음이 배워서 아는 자이다.<학이지지자차야學而知之者次也> 또 그다음이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해서 아는 자다.<곤이학지우기차야困而學之又其次也> 그럼에도 억지로라도 공부하지 않는 백성은 인생의 바닥이다<곤이불학민사위하의困而不學民斯爲下矣>”

그러자 제자가 묻는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성인이시니까 배우지 않으셔도 날 때부터 아시는 자 이시겠군요라며 그런 스승을 둔 자신이 매우 뿌듯하다는 듯이 상찬겸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공자는 화들짝 놀란다. 논어술述而7-19문장의 기록은 이렇다. “나는 날 때부터 아는 자가 아니다.<아비생이지지자我非生而知之者> 옛 성현의 말씀들을 좋아하여<호고好古> 남보다 빠르게 움직여 찾아가서 공부했던 것이다.<민이구지자야敏以求之者也>”

그렇다면 생이지지자는 누굴까. 공부하지 않았으나 모든 걸 아는 사람. 과연 인류에 몇이나 될까. 인생에 태어나 공부했다는 기록이 없는 이는 단 한 사람이 유일이다. 로마의 사형수로 죽어갔던 유대의 청년 예수가 그다. 그의 직계 제자 사도 요한은 유대인들의 입을 빌어 요한복음 7:15절에서 자신의 스승에 관한 일을 이렇게 기록한다.

유대인들이 기이히 여겨 가로되 이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였거늘 어떻게 글을 아느냐

그렇다. 기독교 경전 어디에도 예수가 공부했다는 기록은 없다. 물론 경전 밖 여러 매체의 도서나 방송 매거진 등에 따르면 예수가 어디 가서 뭘 배웠다는 둥 여타의 말들이 많다. 그건 그럴 수 있다. 낙양의 지가를 올리기 위하여 충분히 그럴 수는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경전이 뭘 말하느냐에 방점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성리학에는 경전존언經典尊言이라는 게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사서삼경四書三經이며 그 으뜸으로 논어가 압권이다. 왜냐. 공자의 말이 기록되어서다. 경전에 명토박혀 있으면 믿는 거고 없으면 안믿는 거다. 이것이 공자가 가르쳐주는 경전을 보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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