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우리에게 물러설 곳이 있는가?
■ 모시장터 / 우리에게 물러설 곳이 있는가?
  • 장미화 칼럼위원
  • 승인 2023.07.20 06:41
  • 호수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미화 칼럼위원
장미화 칼럼위원

연일 쏟아지는 집중 폭우로 인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비보가 전해져 오고 침수 피해 상황이 들려온다. 서천군도 폭우로 인해 저지대와 농경지 침수, 토사 붕괴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번 주 내내 벼락을 동반한 비가 더 내린다고 하니 작년 8월 역대급 폭우로 피해가 컸던 서울지역에 이어 올해는 또 어떤 곳에 어떤 모습으로 가학적인 상처를 남길지 우려스럽다.

점점 더 강력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는 우리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재난이 될 것이다. 이상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었기 때문이고,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한 이유는 화석연료 사용이 늘면서 탄소 배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한 데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하고, 에너지 사용량은 생산과 소비가 커질수록 증가한다. 생산과 소비는 경제성장률을 목숨처럼 여기는 경제구조와 무절제한 과소비의 생활방식에 의해 증가하고 다시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거친 욕망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거나 가공하며 씨가 마를 정도로 착취하고 무분별한 소비로 자연에 온갖 오물들을 쏟아낸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040년이면 1.5도를 넘을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당초 예측한 2050년보다 10년이나 빠르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단일 종으로서 지구에 이토록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은 지구가 탄생한 이래 인간이 처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하면 면역체계를 가동시켜 스스로 몸을 방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라는 빌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지구 탄생 이래 작동해온 물리적 법칙과 생화학적 작용에 의해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생태 시스템을 가동하며 스스로 항상성을 그나마 유지해 오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J.E.Lovelock)은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표현하며 가이아 가설(Gaia Hyphosis)’을 처음 주장했다. 가이아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위하여 적당한 물리화학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피드백 장치나 사이버네틱스 시스템(Cybermetics System)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종합체를 의미한다. 오늘날 지구가 금성이나 화성과 다른 대기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지구의 대기권이 생물권에 의해 능동적으로 유지되고 조절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이아 가설의 주요 골자이다.

45억 년이라는 시간 속에 지구는 5번의 대멸종 사건을 겪었지만 살아남았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다수의 종들이 사라졌을 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매 사건마다 당대 가장 우세했던 종이 사라졌다는 공통점이다. 우리는 지금 6번째 대멸종을 이야기하는데, 앞의 사건과 견주어 볼 때 당대 우세종은 인간이라는 점이다.

사회생태학자 배리 카머너(Barry Commoner)는 지구 생태계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전체이고, 그 어떤 것도 새로이 형성되거나 사라질 수 없으며, 인간이 그로부터 무언가를 사용했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만약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단지 그 지불 시기를 미룬 것 뿐이라며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라고 이야기한다.

그 책임 있는 행동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2022년 향년 103세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난 러브록이 주는 메시지에서 그 답을 찾길 바란다. “범지구적 환경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과학자들의 편향된 시각이나 환경보호주의자들의 편협한 인간중심적 태도, 정치가들의 독선과 일반 대중의 맹목적성을 비판하고, 인간과 자연 모두를 위한 보다 합리적 과학적 환경보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