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세모시 이용한 규방 공예 아름다움 알려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서천문화원 초대작가전 봉화(縫花) 주경자 명인의 “바늘꽃 피어나다” 전시회가 열렸다.
서천문화원 전시실에는 바느질 기법 중 가장 핵심적인 쌈솔기법과 전통자수, 매듭공예 작품 200여점이 선보였다. 이들 작품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모시한필’, 이 작품은 길이 21.6m, 폭 31cm의 한산세모시 한 필에 모시짜기 전 과정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대작이다.
모시한필을 자르지 않고 연결하여 모시의 역사, 모시 한 필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한글, 영문, 삽화, 모시에 관한 시로 구성하여 자수로 표현했다.
글씨 한 자 한 자, 그림 한 획마다 주경자 명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열정이 스며있다. 한산세모시가 탄생하기까지는 ‘태모시 만들기-모시째기-모시삼기-모시날기-모시매기-꾸리감기 -모시짜기’의 여러 공정을 거치며 분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8개 공정을 그림으로 수를 놓아 구체화 시켰다. 몇 번의 바늘이 들고나야 한 획이 이루어지는가.
그림 옆에는 구재기, 이훈, 전영관, 김영운 등의 서천의 시인들이 쓴 시가 적혀 있다. 글자 한 자에 평균 150번의 바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밑그림은 장항의 이남수 화가가 그려주었다고 했다.
전시장에는 남편 박도석씨가 함께 하고 있었다. 수를 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어보았다.
“안쓰런 느낌이 들뿐이지요.”
그러나 이같은 대작을 처음 기획한 사람은 박도석씨였다. 서천군청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한산세모시의 가치와 유래를 잘 알게 된 그는 부인에게 한산세모시를 주제로 하는 작품을 제안한 것이다. 2020년 3월 작업에 들어가 2022년 4월에 완성했으니 꼬박 3년의 세월이 ‘모시한필’에 담겨있는 것이다. 부인이 쉽게 수를 놓게 하기 위해 수틀도 직접 고안해 만들어주었다. 그 덕을 많이 보았다고 주 명인이 말했다.
전시장에는 ‘모시한필’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900개의 천 조각을 바느질로 이어붙여 오방색을 수놓은 작품 ‘오방원색’이란 작품도 있고, 한산세모시 특유의 질감을 살린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한결같이 주경자 명인의 장인 정신이 깃든 작품들이다.
주경자 명인은 2014년 이태리 밀라노 크리엔날레전을 비롯한 영국 런던, 중국 항저우 전시행사로 작품을 널리 알리며 그 가치를 높였다. 2016년에는 모시쌈솔 공예의 대한민국 첫 번째 명인으로 선정되어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으로 모시쌈솔장을 신청하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군사리에서 청사롱 규방 공예방을 운영하며 규방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고 있으며 규방공예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물어보았다. 남편 박도석씨가 답했다.
“타지에서 전시 비용만 부담해주면 이 작품들의 순회 전시에 나서서 한산모시와 서천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수를 놓아 표현한 모시짜기 전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