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부도갯벌에 서식하는 도요물떼새와 저어새 조사를 다녀와서
■ 유부도갯벌에 서식하는 도요물떼새와 저어새 조사를 다녀와서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3.10.12 22:18
  • 호수 11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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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여 도요물떼새 유부도에...만조 무렵 금란도로 이동 확인

폐염전 부지 매입, 도요새 휴식처로 사용해야…
▲유부도 북측해안에 모인 도요새 무리
▲유부도 북측해안에 모인 도요새 무리

지난 928일과 29, 서천 유부도를 방문했다. 바닷물이 많이 차오르는 만조시간에 해안사구에 모여드는 도요물떼새, 저어새 등 물새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군산 5부두 근처에서 어민들이 운행하는 선외기를 타고 유부도로 넘어갔다.

928일에 군산을 기준으로 만조 시간이 오후 223분이었고, 만조 높이가 647센티미터였다. 그래서 만조시간의 2시간 전인 오후 1시쯤에 어선 배를 타고 유부도로 넘어갔다. 유부도 포구에 도착하자마자 망원경을 이용해 검은여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가마우지 20여 마리와 함께 저어새 5마리가 보였다. 검은여10여 전에 검은머리물떼새가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저어새가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 검은여는 행정구역상 군산시에 해당한다. 과거에 유부도와 검은여사이에는 큰 수로가 있어서 이 수로가 군산시와 서천군의 해상 경계 나누는 곳이었다. 1980년대 후반에 군산시 소룡동과 오식도 사이의 갯벌을 매립해 군산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북서쪽에서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의 파랑을 줄인다면서 이 수로를 가로질러 유부도로부터 서쪽 방향으로 7킬로미터 길이의 북측 도류제를 만들었다.

북측도류제 영향으로 펄갯벌로 변화

그 결과, 지금은 큰 수로가 매워지고 유부도갯벌과 군산갯벌을 걸어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하나의 갯벌로 연결되어 버렸다. 또한 이 지역의 갯벌이 모래가 많이 섞인 모래펄갯벌에서 점점 펄갯벌로 변하고 있는데 금강하굿둑 건설과 함께 북측 도류제 건설이 이런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여섯 개의 커다란 흰색 마대에 쓰레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유부도 방문을 환영한다는 안내판(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작)과 서천갯벌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습지 현황을 알리는 안내판(해양수산부과 대산지방해양수산청, 서천군 공동 제작)이 설치되어 있는데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바로 뒤쪽에는 단층으로 된 방문자센터가 건설되어 있었다. 이 건물이 건설된 지 1년이 다 되었는데도 여전히 빈 건물로 남겨져 있었다. 건물을 완공하자마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 집기 설치는 물론 시설 관리자와 생태해설사가 상근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지금이라도 마을 주민 전체가 동참하는 마을협동조합(또는 마을기업)을 만들도록 서천군이 협력해 주고, 이 센터의 관리를 마을협동조합이 맡도록 하며, 이 센터의 운영비와 상근자 및 생태해설사의 인건비는 서천군이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부인으로부터 받는 배 승선비의 경우도 수익금액의 일부를 마을협동조합에 내놓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마을협동조합이 해양쓰레기 청소나 기타 마을 활성화사업을 맡아 진행하도록 해서 마을협동조합이 이를 통해 얻은 이익금을 매월 또는 2개월 간격으로 마을 전체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방식, 즉 이익배당을 해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벌목한 아카시나무 숲 원 상태로 복원

유부도 마을 안을 지나서 북쪽 해안에 다다랐다. 지난해 봄철, ‘송림항어촌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유부도에 산책로를 만든다면서 아카시나무 군락의 일부를 벌목해 물의를 일으킨 곳이다.(뉴스서천 2022429일자 보도). 다행히 아카시나무 군락이 복원되고 있었다.

▲9월 1일 유부도갯벌에서 관찰한 오른쪽 다리 상단에 흰색 가락지(3C)와 하단에 노색 링을 매단 넓적부리도요(사진 제공 : 오승준 전남대학교 학생)
▲9월 1일 유부도갯벌에서 관찰한 오른쪽 다리 상단에 흰색 가락지(3C)와 하단에 노색 링을 매단 넓적부리도요(사진 제공 : 오승준 전남대학교 학생)

북쪽 해안으로 가보니, 해안사구가 깎여나가지 않고 쌓이도록 한다면서 나무를 수직으로 촘촘히 모래바닥에 박아서 길게 연결해 놓았다. 나무로 만든 방파제와 같았다. 대신에 대나무를 이용해 대나무 사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도 되는데 굳이 이렇게 설치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무 방파제 뒤쪽에는 커다란 스티로폼과 각종 해양쓰레기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북측 해안가 끝 지점에 다다르자, 사진을 촬영하려는 네 명이 벌써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나는 한쪽 귀퉁이에 조류 관찰용 텐트를 치고 들어가 있었다. 그랬더니, 네 명이 해안가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며칠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어떤 사람의 말에 따르면, 무려 5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서천군 측에 여러 번, 이곳에 밀폐형 탐조대설치를 제안한 바 있는데 여전히 설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본지 뉴스서천 20211112일자 보도).

바닷물이 차오르자, 도요물떼새 무리가 잠시 군무를 펼치기도 했으나 바닷물 높이가 비교적 높지 않고 사람들이 노출된 상태로 있어서 그런지 도요물떼새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도요물떼새 전체 개체수는 대략 3만여 마리가 되었고, 저어새는 100여 마리였다. 도요물떼새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후 320분까지 머무르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을 안을 가로질러 마을 남동쪽에 위치한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지역으로 이동해서 현장을 돌아보았다. 이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서천군이 바닷새의 섭식 및 휴식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서 해양수산부로부터 국비 47억원을 지원받고 지방비 21억원 등 총 68억원을 투입해 추진되었고, 해양환경공단에 위탁해서 진행되었다. 주요 내용은 남쪽의 제방 일부를 없앤 후 20미터 길이의 현수교를 만들었고, 주거 지역으로 바닷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커다란 시멘트 블록을 연결해 쌓았으며, 현수교 밑으로 해수가 유통되는 지역의 갈대 군락지 일부를 제거했다. 그래서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면 현수교 밑을 통과해서 갯벌복원지역 안쪽으로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폐염전 부지엔 칠면초와 갈대 군락

그런데 몇 차례 의견을 제시(본지 뉴스서천 2020916일과 2019320일자 보도)한 바 있는데 이런 방식의 복원사업이 아니라, 바로 옆의 사각형 모양의 폐염전 부지를 매입해서 물갈퀴가 없는 도요물떼새와 저어새들이 이곳에 날아와서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휴식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바닷물이 많이 차오르는 만조시간에 바닷물이 도요물떼새와 저어새의 발목 정도만 차오를 수 있도록 과거 염전처럼 수위조절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천군과 국비를 지원한 해양수산부는 이같은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고, 이처럼 공사를 강행해 버렸다. 대신에 폐염전 부지는 칠면초와 갈대 군락이 빽빽이 서식하게 되는 바람에 이곳에서 휴식하는 도요물떼새들이 거의 없었다.

다음날인 929일에도 유부도를 다시 방문했다. 이날은 만조시간이 오후 37분이고, 만조 높이가 700센티미터였다. 오후 1250분쯤,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어선 배를 타게 되었다. 오후120분경, 북쪽 해안사구에 도착했더니 벌써 10여 명이 들어와 있었다. 이리 도착해서 사진 촬영을 하려고 자리를 잡은 분들에게 모래사장에 남겨진 바닷물 흔적을 가리키면서 오늘 새벽 250분에 만조 높이가 716센티미터였는데 모래사장에 남겨진 이 흔적이 바닷물이 들어왔던 곳이다면서 잠시 후 오후 만조 때 새들이 앉을 자리를 어느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새들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앞에 오래 머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다행히도 사진작가들이 5미터 뒤쪽 해안사구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나도 그 옆에 조류 관찰용 텐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만조 시간이 다 되지도 않았는데 오늘 바닷물의 수위가 높다는 알고서 많은 도요물떼새들이 다른 휴식지로 날아가 버렸다. 아마도 금란도(준설토 투기장)와 대죽도의 무너진 폐염전 제방, 유부도의 북측 도류제, 새만금갯벌로 이동했을 것이다. 바닷물이 더 차오르자, 멀리 북쪽에 위치한 묵도(소당개섬)의 바위에 저어새 50여 마리가 올라가 있었다. 다른 휴식지로 이동하지 않은 좀도요, 민물도요, 세가락도요, 송곳부리도요,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등 일부 작은 도요물떼새 500여 마리가 앞쪽 모래 바닥에 내려앉았다가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망원경을 좌우로 돌리면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와 함께 가락지를 부착한 도요물떼새를 열심히 찾았다. 사진작가들도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잠시 후 왼쪽 다리의 하단에 파란색(PH8)과 흰색 가락지를 부착한 좀도요, 그리고 오른쪽 다리 상단에 검정색과 노란색 가락지를 부착한 민물도요를 각각 한 마리씩 확인했다. 한편 건강하게 보이는 알락꼬리마도요 1마리와 왼쪽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알락꼬리마도요 1마리가 크기가 작은 도요물떼새 무리 뒤편 물가에 내려앉았다. 잘 날지 못하는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도 내려앉았다. 깃털이 엉켜있는 것을 보니 건강하지 못한 모양이다.

여러 종류의 도요물떼새를 관찰하면서 넓적부리도요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관찰하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 조류를 관찰하던 오동필 씨(금강하구의 도요물떼새 조사원)가 가락지를 부착하지 않은 넓적부리도요를 관찰했다고 말했고, 정읍에서 오셨다는 사진작가는 사진을 촬영했다고 말해 주었다. 이 분에게 촬영한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글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선생님의 이름을 밝히고 사용하겠고, 이 사진이 들어간 글이나 보고서를 보내드리겠다고 제안을 드렸다. 그랬더니,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답변해 주었고,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 사이에 새들을 관찰하려는 사람 네 명이 추가로 들어와 있었다.

멸종위기종 넓적부리도요 발견

참고로 군산에 사는 오승준 학생(전남대학교)91일에 관찰한 도요물떼새 중에 오른쪽 다리 상단에 흰색 가락지(3C)를 매단 넓적부리도요, 그리고 가락지를 부착하지 않은 넓적부리도요 어른새와 어린새를 각각 1마리씩 관찰했다고 말해주었고, 촬영한 사진도 보내주었다. 오른쪽 다리 상단에 흰색 가락지(3C)를 매단 넓적부리도요는 기자가 2020823일에 유부도갯벌에서 관찰한 적이 있다. 한편 2015년 가을철에 총 7차례(2015928일과 29, 30, 1015일과 16, 26, 30)에 걸쳐 넓적부리도요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관찰한 총 개체수는 13마리였고, 가락지를 부착한 넓적부리도요는 8마리, 가락지를 부착하지 않은 넓적부리도요는 5마리였다. 이때 오른쪽 다리 상단에 흰색 가락지(U6)를 부착한 넓적부리도요와 오른쪽 다리 상단에 노랑색 가락지(AE)를 부착한 넓적부리도요가 928일부터 1026일까지 최소한 29일 동안 유부도갯벌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기자가 직접 현장 조사한 것과 심헌섭, 유승호, 채승훈, 김태영, 김신환 등이 사진 촬영을 한 후에 나에게 사진을 보내주어서 분석한 것이다.

929일 오후325분이 되자, 만조시간이 지나서 바닷물이 빠졌고 갯벌이 드러났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던 도요물떼새들도 다시 갯벌로 날아와 내려앉았다. 바닷물이 더 빠져나가자 더 많은 도요물떼새들이 날아와 더 멀리 떨어진 갯벌에 내려앉았다.

오후415, 유부도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되돌아 나오는 길에 선장님이 북측 도류제에 검은머리물떼새가 많이 앉아 있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잠시 배를 그쪽 방향으로 몰았다. 유부도로부터 1킬로미터 떨어진 도류제에 다다르니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대략 1천 마리가 넘었다. 아마도 유부도 북쪽 해안가의 갯벌이 모두 바닷물로 덮여 버리자, 이곳에 모여 있던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북측 도류제로 날아와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물떼새 조사를 할 때 바닷물의 수위에 따라 북측 도류제에 머무르는 새들도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요물떼새들이 휴식지로 이용하는 금란도(준설토 투기장)와 대죽도의 무너진 폐염전 제방, 새만금갯벌에서도 동시에 조사를 실시해야 하겠다.(뉴스서천 20211015일과 22일에 보도).

지금이라도 서천군과 해양수산부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잘 수용해서 유부도갯벌을 포함한 서천갯벌에 서식하는 도요물떼새와 저어새를 비롯한 물새들이 잘 서식할 수 있도록 하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을 세계적인 관리 수준에 맞게 잘 관리를 해야 할 것이며, 유부도 주민 전체에게 경제적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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