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가슴에 못박는 일 없이, 선하고 바르게 살아야...”
“누군가의 가슴에 못박는 일 없이, 선하고 바르게 살아야...”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4.02.22 08:51
  • 호수 1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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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서당 훈장 우농 송우영, 제자 농여 최다니에 바라는 마음
▲우농 송우영 서천서당 훈장
▲우농 송우영 서천서당 훈장

입춘이 지나고 설을 앞둔 9일 문산면 금복리 어느 고라당 끝에 터잡고 있는 서천서당 우농 송우영 훈장을 찾아 나섰다. 구불구불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면서 당()나라 두보(杜甫)제장씨은거(題張氏隱居)’를 떠올렸다.

봄 산을 짝도 없이 홀로 찾아가는데
나무 찍는 소리만 들리니 산은 더욱 조용하네.
계곡 길에 추위가 남아 얼음과 눈을 밟으며 지나
석문산에 해가 비스듬할 때에야 숲에 도달하였네
(春山無伴獨相求 伐木丁丁山更幽 澗道餘寒歷氷雪 石門斜日到林丘).”

▲농여 최다니 군
▲농여 최다니 군

그가 마지막으로 뼈를 묻을 곳을 찾다 마침내 서천 문산면 금복리에 정착한 것은 20146월이었으니 올해로 10년을 맞으며 이제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
뉴스서천에 연재하는 송우영의 고전산책을 통해 1주일에 한번씩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지난 추석 때 찾아뵙고 이번 설을 맞아 만나 뵈니 5개월 만이다. 세상사 이야기 나누다가 그가 내민 책 두 권을 맞이했다. 서천서당의 문도 농여 최다니군의 한시집 <볕>과 훈장 우농 선생의 저서 <서당공부>였다.
최다니 군은 초등학교 4학년의 나이인 11세의 나이에 이미 한시집 <화옹花甕>을 출간해 뉴스서천에 보도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가을에 출간된 <볕>은 최군의 두 번째 한시집이다. 13세의 나이에 한시집을 두 번째 내다니...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한문을 공부하면 8세 무렵이면 대개 시집을 내놓지요. 농여가 쓴 시들은 모두 가장 기본이 된 율격 하나만 가지고 쓴 것입니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40수의 한시가 우리말 번역과 함께 실려 있는데 모두 오언절구이다. 시집의 서문은 농여(聾如)’라는 아호를 지어준 우농 선생의 글이다.

귀머거리 ’, 같을
그대로 풀어 쓴다면 귀머거리이듯이...
농은 세상일에 대해 귀를 닫으라 함이요,
여는 사소한 일에 입을 다물라는 말이다.
농여를 연의한다면
귀 막고 입은 닫되
눈과 손과 발은 열어
발로 걸어 여행하고
눈으로 본 것을 손으로 써서
책으로 남기길 바라는 마음에 호를 지었다.

스승의 간곡한 당부가 담겨 있는 서문이다. 시집 첫 번째로 수록된 시를 읽어보았다.

松花 송화

山松花粉散 산송화분산
黃屑下降宗 황설하강종
淸晚小時行 청만소시행
到處履華重 도처리화중

소나무 꽃

산에 날리는 소나무 꽃가루
송화가루가 마루까지 내려와
청소를 조금 늦게 했더니
딛는 곳마다 발자국 꽃이다

▲농여 최다니군의 두 번째 한시집 표지
▲농여 최다니군의 두 번째 한시집 표지

산골마을 서당의 봄 풍경이 눈에 잡힌다. 최다니 어린이는 현재 회계업무를 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 호주에서 태어나 살다가 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한문을 배우기 위해 수시로 금복리를 찾아오고 방학 때면 3주씩 머물며 한문 공부에 전념한다고 한다.

서천서당 훈장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옛 선비들의 가치관과 인생관이 담겨있는 우농 선생의 저서 <서당공부>를 살펴보았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인성교육이다.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5세요. 7세요, 9세에 이른 어린아이가 말이 거칠고, 행동이 사납고, 거짓말하고, 속이기까지 한다면, 이건 분명 훈장이 잘못 가르침이 맞다. 어린아이는 본 대로 말하고 본 대로 행동한다. 더욱이 어린아이는 영혼이 맑아 어른의 내면을 볼 수 있어서다. 바로 이 점이 어린아이 가르 치기 힘든 점이기도 하다. 평생을 공자왈 맹자왈로 늙어온 훈장의 경험에 따르면 누군가를 가르치려 한다면 최소한 나이가 60세는 넘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비로소 천성과 인성과 성품을 훼손하지 않고 가르쳐 훌륭히 보양해낼 수 있어서다.”

▲송우영 선생의 저서 '서당공부' 표지
▲송우영 선생의 저서 '서당공부' 표지

가르치는 이의 인성과 인품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서당공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위인지학인가 과거지학인가. 우농 선생은 사람을 위하는 학문, 위인지학을 설()하고 있다.

모두는 아니어도 더러는 서당공부를 통해 반듯하니 성장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엄마의 가슴에 눈물내는 일 없고, 누군가의 가슴에 못박는 일 없이, 선하고 바르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그러나 금복리에서 가르침을 받은 그의 제자 중에는 한국고전번역원 입학시험에 합격해 승정원일기번역팀에서 일하는 제자도 있다.

초련출판사에서 발간한 스승과 제자의 위 두 책은 현재 일반 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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