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인생론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인생론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03.27 18:39
  • 호수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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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옛사람들은 외유 중이어도 공부 쉬기를 삼 일을 넘기지 않았으며 집에서는 공부 쉬기를 세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했다. 공부는 세 시간을 쉰다거나 삼 일을 넘기면 먼저 알고 더 빨리 더 멀리 도망간다고 한다. 아마도 어디서 무엇을 하든 공부는 쉬면 안 된다는 말일 게다.

사반공배事半功倍라는 말이 있다. 맹자님께서 자신의 시대에 왕도가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했다는 말인데 원뜻의 심오함과는 조금 달리 옛사람의 절반만 공부해도 공은 배가 된다며 공부의 경책으로 삼아 읽히기도 하는 말이다.

일찍이 현자가 동쪽으로 길을 나서며 벽에 써 놓았다하는 시구가 전한다.<장동유제벽將東遊題壁> 그 초두 2구를 적으면 이렇다. “남아입지출향관男兒立志出鄕關 학약불성사불환學若不成死不還남아가 공부에 뜻을 세워 고향을 떠났거늘 만약 공부로 현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으리.

현자든 우자든 그 중심에는 늘 공부가 있다는 말로도 읽히는 시구다. 공부하면 비껴갈 수 없는 인물이 단연 공자님일 것이다. 인류 경전 중에 배울 학으로 시작되는 책은 아마도 논어가 유일이리라, 공자님께서는 인류에 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추 200년 남짓 세월이 지나, 철인 순자는 공자님의 학에 권을 더해서 권학문勸學文을 지었다. 즉 공부를 권하는 글이라는 말이다. 권학문 초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공부는 그쳐서는 아니되나니<학불가이이學不可以已>,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음에도<청취지어람靑取之於藍> 쪽빛보다 더 푸르나니<이청어람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이루어졌음에도<빙수위지氷水爲之> 물보다도 더 차가웁나니<이한어수而寒於水>.”

여기서 나온 고사가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인데 줄여서 청출어람이라고 쓰고 있다. 공부라는 것은 결코 환경과 처지로 인해 좌우될 성질이어서는 안 된다. 옛글은 이렇게 가르친다. “만약에 집안이 가난하더라도<가약빈家若貧> 가난으로 인하여 공부 그만 두어서는 아니된다.<불가인빈이폐학不可因貧而廢學>”

공부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 공부를 많이 해서 벼슬을 사는 청운의 길과 공부를 많이 해서 초야에 은자로 묻히는 백운의 길이다. 이러한 공부에는 기본적으로 몸이 마치는 순간까지 부끄러운 행동은 해서는 안 됨을<가살이불가욕야可殺而不可辱也> 전제로 한다. 한평생을 살면서 주머니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율곡 이이 선생께서는 깨끗하고 바르게 살며 공부로 배울 바가 있어 반드시 내가 본받고 따라야 하는 마음의 스승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공부로 배울 바가 있는 사람을 들라면 아마도 공자님보다 더한 분이 또 있을까. 하루는 태재가 자공에게 물었다<태재문어자공왈太宰問於子貢曰>. “그대의 스승 공자님은 성인이십니까<부자성자여夫子聖者與>. 어찌 다 능하십니까?<하기다능야何其多能也>” 이에 자공은 나름 공자님을 한껏 자랑하고자 으쓱하는 마음으로 말한다.<자공왈子貢曰> “진실로 하늘이 풀어 놓으신 성인이십니다.<고천종지장성固天縱之將聖> 그렇기 때문에 능하신 것이 많으신 겁니다.<우다능야又多能也>”

다른 날 공자님께서 이런 일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신다.<자문지왈子聞之曰> “태재가 나를 아는구나<태재지아호大宰知我乎> 나는 어려서 천했노라<오소야천吾少也賤> 그래서 비천한 일에 다능하니라.<고다능비사故多能鄙事> 그렇다고 군자가 다 능해야 하는가.<군자다호재君子多乎哉> 다 능하지 않아도 되니라.<부다야不多也>” 이때가 대략 공자님의 과거를 거의 다 안다는 수제자 자로도 죽은 뒤의 일로 공자님 나이 70-72세로 추정 되는 바 아마도 자공이나 다른 제자들은 공자님과 나이 차이가 30-45년 정도의 나는 탓에 공자님의 어린 시절을 알기는 물리적으로 불가하다는게 유가儒家의 정설이다.

공자님께서 이리 말씀하심에서 독자는 공자님의 성품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서 나는 인생의 바닥에서부터 오로지 공부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공부라는 운명 앞에 마주 서서 핑계 대지 아니하고 게으르지 아니하고 함몰되지 아니하고 결국 해냈다는, 그리고 죽음 직전에 춘추 책까지 썼다는 공자님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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