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꼭 안아주세요
■ 모시장터 / 꼭 안아주세요
  • 최용혁 캄럼위원
  • 승인 2024.04.18 09:34
  • 호수 1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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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칼럼위원
최용혁 칼럼위원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 인간은 피식자로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다. 사자, 호랑이, , 늑대 등 최상위 10%를 제외한 대부분 포유류가 그렇듯이 인간은 피식자다. 피식자로서 인류는 자연 앞에 무력했고 언제든 타자에 의해 해코지 당하고 잡아먹힐 수 있다는 극단의 스트레스를 달고 살아왔다. 뇌의 한 영역에는 낯선 사건과 대상에 대해 접근할 것인지 회피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영역이 있는데 인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회피하고 도망치는 것을 전략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처음 가는 산길에서 초저주파의 낯선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저게 무슨 소리지? 한 번 가 볼까?”했던 부류의 후손들은 지구상에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의식이라는 회로가 작동하기 전에 이미 튀었던 조상만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회피하고 도망치는 전략으로 진화해 왔지만 그 전략은 불가피하게 공포라는 감정을 낳는다. 공포의 본질은 공포의 대상을 두 눈 부릅뜨고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고 점점 커져서 온 세상을 뒤덮는 것이다. 공포에 몰려 한 대 처맞더라도맞서 싸워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지만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생각대로 될 리가 없지). 분노가 차오른다. 생존을 위한 회피, 회피가 낳은 공포, 공포에 몰린 분노, 분노로 인한 스트레스, 다시 스트레스로 인한 더 큰 생존의 위협.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종의 보전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가 인간이 되어 지구상의 절대 강자가 된 이유는 사회를 만들어 대응했기 때문이다. 사회를 만들어가는 긴 과정에서 인간의 성대는 특별하게 진화되었다. 성대 근육은 인간의 근육 중 가장 빨리 움직이는 근육인데 1초에 음소 200개를 잘라내어 구별해낸다. pb 발음을 20m/s 차이로 결정한다. 그래서 인간은 언어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언어를 통해 개별자가 느끼는 공포와 분노를 넘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공포와 분노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사회는 인간 개별이 느끼는 공포와 분노와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진화적으로 만들어낸 결과이다.

인류는 고도의 문명을 이루었지만 개별자에게는 여전히 , 귀찮아”, “, 피곤해”, “아 관심 없어하는 것이 에너지를 보존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져 들게 하지 않으며 안전을 보장하는 최상의 전략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의 귀한 손, 먼저 말 거는 사람의 귀한 말이 있어 우리는 비로소 사회가 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2014416일 이후 만 10년 동안 우리 사회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손을 내밀고 말을 걸어 온 사람들이다. 여전히 침몰의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았고, 책임의 소재도 밝혀지지 않았다. 때로는 짐승의 소리도 들어야 했다.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도 아직 알 수 없지만 개개인의 공포와 분노를 넘어 안전 사회라는 보편의 질서를 위해 가장 강력하게 우리 사회에 손을 내밀고 말을 걸어왔다.

오래전부터 내민 손을 살짝 잡아 본다. 그들의 공포와 분노를 꼭 안아주고 싶다. 사실 꼭 안기고 싶은 것이다.

덧붙임 : 글 제목은 세월호 유족이 만든 영화 바람의 세월엔딩곡 강허달림의 노래 꼭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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