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계엄령으로 국민을 놀라게 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다. 이 혼란의 성격과 해결 전망을 간략히 적어본다.
1
국민들은 2년 남짓한 한 정권의 무능과 위선, 부정을 도려내고 끝나는 문제로 생각했을 것이다. 계엄령을 해제시키고, 내란을 주도한 몇몇 책임자들과 그 수괴를 잡아 처벌하면 끝날 간단한 문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정당이 이 내란을 두둔하고 수괴들을 옹호하면서 그들과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 혐의 수사가 지체되는 사태도 그래서 빚어졌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바람에 해방 후 80년, 길게는 일제가 조선을 집어삼킨 이후 120년 동안 뿌리를 뻗으며 이 민족을 갉아먹어온 적폐의 덩어리가 그 추한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2
놀라운 일은,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120년 적폐의 위세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적폐는 잘못 건드리면 환자의 목숨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감히 메스를 들이대기 어려운 종양과도 같이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수술 중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그것을 들어내는 수술이 가능하고, 또 이제 그래야 할 때가 무르익었음을 온 국민이 느끼게 되었다. 이것은 120년 적폐 스스로가 오만하게 도발함으로써 국민을 깨우쳐준 역설적인 결과다.
3
과정이 아주 간단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5년짜리 종기 하나가 아니라, 그 종기를 키워낸 120년 적폐 덩어리가 한꺼번에 정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간단한 수술을 하려다가 몸속까지 이어진 큰 뿌리를 발견한 의사들(국민들)에게도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음지에 숨어 온존해온 적폐 덩어리 스스로에게도 필시 황망한 사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120년 적폐에 대한 대(大)수술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불현듯 시작되었다.
어떤 결과가 올까? 환자의 몸이 아직 허약할 때는 함부로 종양을 도려내지 못한다. 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력이 충분하다면 얘기는 다르다. 웬만한 수술은 충분히 감당하고 남는다. 120년 적폐라는 것은 충분히 늙어 뿌리까지 쇠했고, 대한민국은 충분히 건장하게 자라났다. 그 뿌리는 의외로 간단하게 뽑힐 것이다. 온 국민으로 하여금 잠시 악몽에 시달리게 만든, 이 적폐, 늙은 이무기의 몽니는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건강한 자생력과 회복 능력을 스스로 입증하는 중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