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의약 칼럼
장중첩증
김성기 의약 칼럼
장중첩증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4.09.24 00:00
  • 호수 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소 건강하게 지내던 10개월된 아기가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어서  심하게 운다. 잠투정이려니 하여 안아 달래주어도 막무가내로 울어대는데 자지러지듯 운다. 다리를 펴지 못하고 웅크려 무릎을 당겨 배에 붙인 자세로 한 3분간을 울더니 울음을 그치고 잠잠해 진다. 

이어서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심한 울음을 간헐적으로 반복한다. 하는 수 없이 엄마와 아빠는 아기를 들쳐업고 황급히 응급실로 달려가게 된다. 의사는 아기의 경과를 듣고는 의외로 간단한 진찰을 한 후 보호자를 불러 ‘장중첩증이 의심된다’고 말한다.

장중첩증이란 상부 장이 하부 창자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상태로 마치 망원경의 작은 관이 큰 경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원리의 급성질환이다. 대개는 소장과 대장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소장말단부분이 우측 대장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일단 중첩이 일어나면 장운동에 의해 극심한 통증이 일어나고  장간막의 혈류가 차단되어 장의 울혈과 부종에 이어 치료가 늦어질 경우 장괴사가 일어난다.

환자의 약 80%가 1세 미만에서 발생하고 5-11개월에서 가장 빈발한다. 발병원인은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아도 대개는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바이러스 감염이 장의 림프조직을 침범하는 것 때문에 일어난다고 추정하고 있다.

장중첩증 때 나타나는 복통은 매우 심하고 간헐적 양상의 특징을 보인다. 1~2분간 복통이 나타난 후에 약 5~15분간의 무증상의 간격이 반복된다. 점차 진행되면서 통증이 지속되고 아기는 창백해지면서 땀을 흘리다가 탈진상태에 이르게 된다.

증상 발현 후 초기 몇 시간 동안은 정상적인 대변이 나올 수 있으나 그 후에는 대변이나 방귀가 나오지 않는다. 약 60-70%에서는 특징적인 끈끈한 점액성의 혈변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병의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장중첩증으로 진단이 되면 금기사항이 없는 한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 응급으로 X 선을 투시하면서 항문을 통해 공기나 방사선 조영제를 주입하여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즉 장안에 압력을 넣어 중첩된 장을 원래의 상태로 펴는 치료가 된다.

발병 후 장시간이 지난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치료가 가능한데 대개 발병 24시간 이내라면 순조롭게 치료가 이루어진다. 발병 후 24~48시간 이상으로 경과되었거나 장천공 등 악화소견, 탈진 및 쇼크 등의 중독 증상이 있을 때에는 수술적 치료를 해야한다.

수술을 해야 할 경우라도 대개 장에 손상을 입히지 않은 상태로 치료가 가능해 치료결과는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장중첩증 자체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이지만 증상 발현 후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전 회복이 가능하다.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