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정
기 <시인·문인협회영동지부장> | ||
오석리에서 사곡리 커브길을 들어서면
서편 하늘 직선거리 1Km쯤에 보이는 마을 하송(下松)
날등에 수령 500여 년의 우람한 뼈대에 고색창연한
천연기념물 353호의 곰솔(당산나무)이 눈에 찬다.
2년 전 한밤에 벼락이 내려쳐서 살아날 수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
황새가 둥우리를 틀었다면 피뢰침은 여하간
2월 초 치유를 비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찾아갔다
그날 천지는 눈밭이고 눈송이로 치장된 곰솔은
아픈 치부를 어지럽게 감싸고 있었다.
저기 보인다 잘려 나간 가지(枝) 신기루의 허상도
때 아닌 단풍의 휘장을 두룬 침엽수 숨죽인 황갈색의 파라솔
저승꽃으로 둥둥
떠 있고
솔향 없는 죽지 위에 까마귀의 요란한 곡소리
재 넘어 장마루에도 우리고 보고 등지 못한 소령이고 싶다.
고향을 찾을 적마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어서 오라고 쓸어안듯 손짓했는데
겨울이면 가지에 깃을 접던 후조(候鳥)도
둥지 치던
텃새도 솔부엉이까지 울며 떠난 고혼의 정적
살아있어야 할 거목이 고목(枯木)이 되었구나.
저작권자 © 뉴스서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