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을 기다리는 이유
첫눈을 기다리는 이유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1.21 00:00
  • 호수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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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문화원 청소년문예백일장 산문부 차상
구 현 경 / 장항고등학교 1학년
누구나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려오면 한 번쯤은 길가에서 큰소리로 환호성을 외쳐보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방방 뛰며 그 눈을 반겨준다. 특히 그 해의 첫 눈이 내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좋아한다.

나 역시 그 부류에 속하는 아이이다. 한 해가 지날수록 늦어지는 첫 눈에 조금은 섭섭한 마음까지 들 정도로 나는 첫 눈을 기다린다. 아니 어쩌면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첫 눈에 집착 비슷한 기다림을 해온 것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조금은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탓일지도 모른다.

나의 부모님, 엄마, 아빠는 벌써 헤어진 지 10년이 지났다. 그래서 그 10년 동안 나와 언니들은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져 자라왔다.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해마다 첫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전화 한 통화로 얼어버린 내 마음과 언니들의 마음까지 엄마의 따스한 목소리로 녹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토록 첫 눈을 그리워하고,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저 옛 추억을 떠올리기 위한 첫 눈이 아니다.

놀기에 좋은 첫 눈이 아니었다. 나에겐 1년에 단 한번 있는 기회였다.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였기 때문에 그렇게도 첫 눈을 기다렸다. 어렸을 땐 엄마에게 “엄마, 언제 올 거야? 현경이 안 보고 싶어?”라고 물으면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내년이 첫 눈이 오면 엄마가 현경이 보러 갈게.”라고 답을 해 주었다.

비록 엄마가 오지 않더라도 ‘내년이 있으니까, 내년엔 꼭 날 보러 올 거야.’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익숙해져 버렸다. 엄마가 직접 오는 기쁨은 아니지만 첫 눈이 오면 왠지 모를 가슴속 한 구석의 설렘이 숨쉬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년, 내 후년에도 나는 기다릴 수 있다.

그건 가족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사랑하는 가족인 엄마와 아빠이기 때문에 눈이 오려면 반드시 첫 눈이 내려야만 하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나는 올해 첫 눈이 조금 늦게 내려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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