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녘이 내게 남긴 것
겨울 들녘이 내게 남긴 것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1.28 00:00
  • 호수 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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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문화원 청소년백일장 산문 차하 당선작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겨울이면 다가오는 매서운 칼바람이 나의 볼을 스치운다. 볼이 저기 멀리서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아침을 알리는 햇빛처럼 빨갛고 얼얼하다. 교복치마 사이로 어김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나의 불청객이 된다. 이것들은 바로 학교 등교길에 모두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학교에서 걸어서 5분이 조금 넘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집이 조금 먼 친구들과는 달리 걸어서 학교에 등교한다. 요즘같이 춥고, 감기까지 걸린 것을 생각하면 나는 학교에 걸어서 등교하기가 꺼려진다. 가끔 지나가다가 친구의 아버지께서 같이 태워주셔서 학교에 쉽게 오는 것을 은근히 바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걸어가기를 즐길 때도 있기는 있다.

날씨가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봄의 날씨 철에 그렇다. 그리고 길가 이곳저곳에서 조그마한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자랑할 때, 앙증맞은 꽃봉오리가 이곳저곳에서 생겨날 때, 경치를 즐기면서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텅빈 들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겨울이다. 가을까지만 해도 풍성한 곡식들로 가득 차 있고, 추수하느라 바쁜 아저씨, 아주머니의 분주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여 ‘벌써, 가을이구나!’ 느끼게 하며 내 맘을 설레게 만들었는데 추수가 끝나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다만 앙상한 나무들이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을 보자니 더욱더 쓸쓸함을 깊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쓸쓸함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느끼는 무조건 가득 찬 것에서 텅비었다고 느끼는 그런 쓸쓸함만은 아니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느끼는 쓸쓸함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다시 나의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우연히 저녁식사를 하다가 뉴스를 듣게 되었다. 생활고에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다가 죽은 아이를 부모가 장롱 속에 감춰 두었다가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뉴스를 듣고 매우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군것질을 하고 밥 먹을 때 밥맛이 없다고 밥을 안 먹고 남기고, 반찬투정까지 했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먼 아프리카의 오지 아이들만, 북한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 한 켠에서 그런 일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지금까지 한 일에 반성도 많이 되고, 후회도 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내 마음 속에 쓸쓸함은 나만 너무 생각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남을 한번 돌아보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 겨울 들녘은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다른 사람을 위해 곡식을 지을 땅이 되어주고 많은 일을 하고 겨울엔 눈에 덮여 자신을 낮추고 감추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항상 나만 생각할 줄 알았던 이기적인 마음 대신, 따스한 마음을 갖게 해주고, 쓸쓸하게만 느끼던 겨울 들녘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텅 비어 있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은 사랑과 따스한 온정으로 가득한 겨울 들녘을 오늘은 봄 햇살보다도 더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볼 것이다.

<김애리 / 시문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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