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5)
수영이(5)
  • 뉴스서천
  • 승인 2002.05.16 00:00
  • 호수 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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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었어요.
아무리 말해도 아줌마는 우릴 믿어주지 않았으니까요.
유리창 너머로 아이들이 우릴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 중엔 우리 반 아이들도 있었어요.
아줌마는 문방구 구석에서 손을 들고 서 있으라고 하셨어요.
안 그러면 경찰서에 전화 해서 우릴 잡아가게 한다고 말했어요. 수영이와 난 눈물이 범벅이 되어 아무 말 없이 손을 들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수영이가
“에이, 아줌마 나빠! 우리말도 안 믿어주고! “하고 말하더니 밖으로 뛰쳐나가는 거예요.
“수영아!” 난 수영이를 부르다가, 아줌마 눈치를 보다가, 한 발자국도 발을 떼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어요.
혼자 남게 된 나는 더 무서워졌어요. 소리내어 울지도 못했어요. 아줌마는 전화를 들었다 놨다 하며 경찰서에 전화해야겠다고 난리가 났어요.
그런데 잠시후 수영이가 돌아왔어요. 노랑문방구 아줌마를 데리고서요.
“어, 너 왜 여기 있어? 아까 우리 가게에서 보라색 사갔잖아.”
노랑문방구 아줌마의 한 마디에 우린 도둑 누명에서 벗어났어요.
하지만 학생문구사 아줌마는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어요.
“진작에 거기에서 사 가지고 왔다고 들고 들어왔으면 되잖아…….”
이런 말만 작게 하셨어요.
가방을 챙겨들고 문방구를 막 나서려는데 수영이 담임 선생님께서 달려 들어오셨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하시면서요.
수영이는 선생님께도 전화를 한 모양이에요.
학생문구사 아줌마는 선생님 앞에서 웃으며 말했어요.
“예, 얘들이 훔쳤다고 할까봐 겁이 나서 숨겨 가지고 들어왔나봐요. 별로 혼내지도 않았어요. 그냥 손들고 서있으라고만 했어요. 선생님도 저희들 입장 이해해주셔야 해요. 워낙에 물건이 많이 없어지니까요.” 그리고 우리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얘들아, 아줌마가 때렸니? 안 때렸지? 이 아줌마가 하도 물건을 많이 잃어버려서 잠깐 동안 너희들의심한 거야. 자, 이거 하나씩 받아라.” 아줌마는 긴 막대 사탕을하나씩 우리 손에 쥐어주었어요.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무조건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아줌마에게 말씀하셨어요.
“자, 가자.”하고 선생님이 우리를 문 쪽으로 돌려세울 때 수영이는 사탕을 진열대 위에 던졌어요.
“아줌마, 나빠. 우리에게 사과하지도 않고. 이 사탕 안 먹어요.”
나도 따라했어요.
“… 사탕, 안 먹어요.”하면서요. “녀석들, 화가 많이 났구나. 아주머니, 사과하여야겠는데요. 아무리 어른이라도 아주머니께서 먼저 잘못하신 거니까요. 이 녀석들 사과 받지 못하면 마음에 상처가 남을 것 같네요.” 선생님께서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아줌마를 향해 말씀하셨어요.
아줌마는 좀 전에 우릴 혼낼 때와는 정말 다른 눈빛으로 “그래, 이 아줌마가 사과하마. 잘못했다.” 하며 어색하게 웃으셨어요. 우린 문방구를 나와 집 쪽으로 걸어갔어요.
아파트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이 문을 닫기 전에 가야하기 때문에 달리듯이 걸어갔어요.
서쪽 하늘이 온통 붉은 색이었어요. 수영이 얼굴도 붉게 보였어요.
생각해보면 억울하고 화가 나는 날이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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