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주민투표 올가미
기막힌 주민투표 올가미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10.28 00:00
  • 호수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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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철세상보기

   
인간은 자연 환경의 일부분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면서 자연을 역행하는 행동을 밥 먹듯 한다. 그렇다보니 때로는 자연재앙으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기도 한다.


원시 사회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사냥을 업으로 삼았다. 그 후 정착생활을 하고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냥은 인간의 기호로 여겨졌으며 때로는 인간의 호쾌한 영웅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사냥의 여러 가지 방법 중에는 올가미(올무)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올가미는 밀렵꾼들이나 하는 치졸한 방법으로, 사냥한다는 표현에 걸맞지 않게 여겨졌다.


현재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를 보면 ‘올가미’가 연상된다.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는 11월 2일 네 지역에서 동시 실시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참여 민주주의이며 특히 주민의 직접투표로 대의를 결정한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방폐장 선정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한다고 하니 언뜻 보기엔 최상의 바람직한 민주주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금번 방폐장 선정 주민투표는 밀렵꾼이 치졸한 방법으로 짐승을 잡는 올가미와 똑같은 행태의 ‘주민투표 올가미’인 것이다.


이번 방폐장 선정 주민투표는 한마디로 무효다. 따라서 최상의 방법은 ‘투표 포기 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는 국민의 저항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선거는 공정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선거의 결과를 인정할 수 있다.


방폐장을 유치하는 지자체는 3천억원을 지원하고 한수원 본사 이전 등 여러 가지 이익을 준다고 했으며, 전북도의 경우 도에서 3백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공공연하게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 그뿐이 아니라 공무원을 동원하여 방폐장 유치에 목숨을 걸듯이 하고 있으며, 관권·금권 등 타락선거를 정부와 지자체가 맞장구치듯 하고 있다.


이러한 선거를 어떻게 인정하며 앞으로 모든 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또 언론을 매수하여 핵이 최대의 에너지인 양, 방폐장이 100% 안전한 것인 양 선전하여 주민의 판단력을 흐리고 혼란스럽게 했다. 핵시설이 환경친화적이고 방폐장이 있는 지역이 오염도를 줄인다는 홍보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한수원의 방폐장 홍보 중 ‘네모난 병원’을 보면 전국 방방곡곡에 방폐장을 유치하여야 될 것 같다. 핵발전소와 방폐장이 그렇게 안전하고 오히려 오염된 환경을 개선시킨다면 선심성 금권·관권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부정한 선거를 ‘왜 하는지’ 의심스럽다.


군산시의 경우 지역감정을 유발시켜 호소하기도 한다.
일례로 돈이 되는 핵시설을 경상도에 빼앗길 수 없다고 한다. 자치단체장인 군산시장이 그런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이런 현상을 보면 마치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OECD 국가 중 에너지를 핵으로 확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과연 핵이 안전하다면 선진국들이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왜 핵시설을 제거하겠는가. 스웨덴과 독일은 국민투표와 국가정책에 의해 각각 2010년, 2018년까지 현존하는 핵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20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증설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흔히 하는 말 중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더라’란 말이 있다. 자기 ‘때깔’ 좋차고 3천억이란 미끼에 후손들의 앞날을 파괴할 것인가?!

정부가 ‘국민투표 올가미’를 제대로 놓긴 놓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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