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새만금에 이어 장항갯벌도 매립 위기
시화호, 새만금에 이어 장항갯벌도 매립 위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8.24 00:00
  • 호수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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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책임지는 사람 없고 건설회사만 한몫

도시근교에 첨단복합 영농단지를 만들겠다며 87년 2월에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 시화지구간척사업은 1995년 4월에 최종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담수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람선이 떠다니는 담수호 시화호의 꿈은 1년 만에 깨지고 말았다. 썩을 대로 썩은 시화호의 물을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어 어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수문을 열어 썩은 물을 바다로 내보낸 것이다.

이러한 실패를 겪고도 정부는 2002년 3월 화옹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를 강행하여 우리나라 최대의 가리맛조개 생산지인 남양만을 제2의 시화호로 만들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새만금 방조제로 전북의 해안 2/3를 봉쇄하여 어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황금어장인 칠산바다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항갯벌을 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미 육지에서는 호안공사를 위한 진입로 공사를 하고 있다. 공장이 들어설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장지을 터가 부족해서인가. 갯벌을 ㄷ자로 뻗어나가며 매립한 군산산업단지도 분양률이 24%라 한다. 쌀이 부족해서 논 만들겠다고 새만금 갯벌을 막은 것인가. 2002년도에 이미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는 창고비용이 연간 1천억원을 넘어섰으며 휴경보상제까지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서해어민 다 죽이는 간척사업을 계속 벌이려 하는가. 갯벌만 보면 이를 막지 못해 혈안이 된 것일까.
1980년에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은 나란히 정부로부터 허가를 얻어 서산과 김포에서 간척사업을 시작하였다. 명분은 농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천하의 이재가들인 이들이 수천억원을 들여 개를 막아 농사를 지으면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생각했겠는가. 그들의 노림수는 용도변경이었다. 정부에서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자 동아건설은 과다한 금융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기에 이르렀고 현대건설 역시 도산 위기에 처하자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시화지구 간척사업, 화옹지구 간척사업, 새만금 간척사업 등은 매년 국회에서 예산을 책정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벌이는 공사판이다. 시화지구는 건교부 산하 수자원공사가 시행청이고 건설회사는 현대건설이며, 화옹지구는 농림부 산하 농업기반공사와 한신공영이, 새만금사업은 농업기반공사와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장항갯벌 매립은 건교부 산하 토지공사가 하고 있으며 건설회사는 에스케이건설이다.

이같은 대형토목공사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시화간척사업의 경우 1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쏟아 부었어도 책임지는 관료나 정치인은 없다. 다수 서민의 삶을 황폐화 시킨 채 오직 한몫 챙기는 측은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회사들 뿐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갯벌은 공사판을 벌일 소재일 다름이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되는 한 서해갯벌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정치권과 건설회사간의 검은 유착관계가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95년 10월 당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의 폭로로 노태우 정권 때 노씨에게 비자금을 건넨 상위그룹의 건설회사들이 대형국책사업의 공사를 따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재계에서 정치권으로 ‘차떼기’로 돈이 넘어가는 것도 보았다.

40년 동안 쉼 없이 서해갯벌을 매립한 결과 해안선의 드나듦이 복잡하기로 세계적인 한국의 서해안은 직선으로 이어지는 밋밋한 해안선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서천군의 해안선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해안과 사구가 싱싱한 소나무 숲과 함께 남아있다. 여기에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가는 장항갯벌이 펼쳐지고 있다. 이 갯벌은 서해어민들의 마지막 보루이며 서천군의 자산이자 자랑거리이다. 이러한 장점을 잘 가꾸는 것이 지역발전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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