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갯벌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갯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08 00:00
  • 호수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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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로 여기지 않는 정부의 시각 바뀌어야
   

▲ 허정균/프리랜서

갯벌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자는 새들인데 2000년 2월에 환경부는 전문가 105명과 함께 전국 100개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동시에 철새들의 종과 개체수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186종 118만 4,000마리가 관찰돼 99년도의 106만8,000마리보다 13종 11만6,000마리가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조사에서 환경부는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역 갯벌인 새만금 지역에서 전체 개체수의 16%인 19만 3,000마리가 관찰돼 이 지역이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갯벌 생태계에서 최상위소비자인 새들이 이처럼 많이 찾아오는 이유는 이들이 먹고 살기에 충분한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다가 한국의 서해안 갯벌에 들러 영양을 보충하는 도요새는 하루에 1,300마리의 고둥이나, 갯지렁이, 칠게 등을 먹는다고 한다.

먹이가 풍부하다 보니 멀고 깊은 바다에서 활동하는 물고기들도 대부분 알을 낳을 때는 갯벌을 찾아온다. 바다 물고기의 70%가 갯벌에서 알을 낳고 어린 시절을 보낸다고 한다.

작은 치어들을 잡아먹기 위해 조금 더 큰 고기가 몰려오고 이를 잡아먹기 위해 더 큰 고기가 몰려든다. 그래서 갯벌을 배후지로 큰 어장이 형성되며 어족자원도 다양하다. 이처럼 갯벌은 조개나 몇 개 파다 먹는 검은 땅이 아니다. 신이 내린 천혜의 국토이다.

갯벌이 있었기에 좁은 한반도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다. 대대로 우리 조상들을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이어왔다.

영국의 <네이쳐>지에 따르면 갯벌은 농지보다 200배의 생산력이 있다고 한다.
한국 근·현대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러한 갯벌을 파괴한 역사였다.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하면서 조선을 병참기지화 하려던 일제는 앞선 토목기술로 갯벌을 메워 논을 만들기 시작했다.

쌀 수탈이 목표였다. 1961년 5.16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는 그의 집권 18년 동안 지속적으로 갯벌을 논으로 만드는 간척사업을 벌여왔다. 일제 때만 해도 고작 몇 백미터의 작은 제방이었지만 지도를 바꾸는 물막이 공사가 이루어졌다.

1970년대 들어서는 강 하구를 틀어막는 간척사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안성천과 삽교천 하구를 틀어막는 아산만 방조제와 삽교천 방조제가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갯벌의 80%는 서해안에 있는데 1980년 이후 서해갯벌은 보다 대규모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1987년 이후에 사라진 갯벌 면적만도 810.5평방킬로미터이며 이는 전체 면적의 29%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간척사업은 ‘국토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온 국민의 박수를 받으면서 계속돼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다. 서해갯벌의 대부분을 잃고 나서야 갯벌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건설교통부나 농림부 등은 아직도 갯벌을 매립하거나 간척을 하는 것을 ‘국토확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림부 산하 농촌공사가 여의도 면적 140배의 국토를 확장한다며  마지막 남은 하구역 갯벌인 새만금갯벌을 숨통을 끊어놓더니 이번에는 건교부 산하 토지공사가 장항갯벌을 범하려 하고 있다.

잘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갯벌이 이들에게는 공사판 벌일 대상일 뿐이다. 갯벌에 의지해 사는 어민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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