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는 안목을 길러준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는 안목을 길러준다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5.03.26 13:01
  • 호수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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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송우영
우농 송우영

밥은 사람을 살리는 근본이다.<식자생인지본야食者生人之本也> 비록 하늘을 통하는 학문과 땅을 가르는 재주가 있어<수유통천지학절지재雖有通天之學絶地才> 세상을 경륜하고 백성을 제도할 능력이 있는 자라도<온경제지구자蘊經濟之具者> 밥을 굶는다면 그 술책은 아무 쓸모가 없다.<비식무이시기술非食無以施其術> 그러므로 정치를 잘하는 자는<시이선위치자是以善爲治者> 반드시 밥을 급선무로 삼는다.<필이식위급必以食爲急-오주연문장전산고原農110쪽 국역총서155>

그렇다면 밥은 어디서 나오는가. 논어 위령공편 15-31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농사를 지어도<경야耕也> 굶주림은 그 속에 있나니<뇌재기중의餒在其中矣> 공부하면<학야學也> <>은 그 속에 있다.<녹재기중의祿在其中矣>”

공부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공부는 책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 책이란 선비의 몸에서 잠시라도 떠나서는 안 될 물건이다.<서자유가지사수불가리신지물書者儒家之斯須不可離身之物-오주연문장전산고 서권별칭변증설125> 공부라는 것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다. 어려서는 어린 만큼의 밝음이 있고 늙어서는 늙은 만큼의 밝음이 있다.

옛날 진평공이 사광에게 이르기를<석진평공위사광왈昔晉平公謂師曠曰> “내 나이가 77세나 되었으니<오년칠십칠吾年七十七> 공부를 하고자 해도<욕학欲學> 나이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공년모의恐年耄矣>”

그러자 사광은 말한다.<> “어려서 공부를 좋아함은<소이호학少而好學> 막 떠오르는 태양처럼 찬란하며<여일출지양如日出之陽> 장년이 되어 공부를 좋아함은<장이호학壯而好學> 중천의 태양처럼 빛나고<여일중지광如日中之光> 늙어서 공부를 좋아함은<노이호학老而好學> 한 자루의 촛불같이 밝으니<여병촉지명如秉燭之明> 어찌 캄캄한 밤에 다니는 것과 같겠습니까?<숙여매행호孰如昧行乎-국역총서 동사강목 1789>”

공부는 남녀노소 적서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 특히나 요즘같이 밝은 세상을 당하여 공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감당할 수 없는 축복이다. 공부는 노력처럼 미련하기가 짝이 없어서 하면 할수록 느는 게 공부다. 그 미련함이 얼마나 심한지 공부라는 것은 쌓으면 쌓을수록 한도 끝도 없이 지식이 되어 쌓여지게 된다. 다만 그것이 잊혀지지 않도록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여 완전한 내 지식으로 만들면 그것은 평생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내 것이 되는 순간 그것은 천하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한 재산이 된다.

이처럼 공부라는 것은<학자學者> 나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아정야我正也> 공부로 나를 바르게 하면<이학아정以學我正> 가정이 바르게 될 것이며<위정가야爲正家也> 멀지 않아 나라도 바르게 된다.<불원정국야不遠正國也> 그래서 공부한다는 것은 앞으로 어려운 일이 닥칠 것에 대한 미연에 방비인 셈이다. 그래서 옛사람은 이를 교자방어미연敎者防於未然이라 했다. 공부라는 것은 <어떤 일에 대하여>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공부하는 법에 대하여는 이미 옛사람들이 모범을 보인 바 그중에 으뜸을 들라면 단연 공자님이 있을 것이고 그다음을 든다면 공자님의 문하생이 있을 것이고 그다음을 든다면 맹자가 있을 것이고 그다음으로 주자가 있을 것이다. 어찌 공부에 일생을 건 현자들이 이뿐이랴마는 후학들은 현자들의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하루 한시라도 공부하기를 쉬는 죄를 범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옛날에 야은 길재 공은 목은 이색과 포은 정몽주와 양촌 권근에게서 글을 읽었는데 공부가 깊어 이학理學에 밝았다고 했다.<시문이학지론始聞理學之論> 장차 나라가 어지러워질 조짐을 알고<지국장망知國將亡> 모친이 늙었다는 핑계를 들어<이모노以母老>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다.<기관환향棄官還鄕> 고향 봉계에 내려와 <퇴거봉계退居鳳鷄> 도학을 강구하고<강명도학講明道學> 이단을 배척하며<배벽이단排闢異端> 능히 예로서 몸을 지켰다<능이예자수能以禮自守>고 여타의 문집들에는 기록하고 있다. 공부한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훌륭한 일이다. 공부는 작게는 나를 바르게 하고 넓게는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는 안목을 길러주기도 한다. 공부는 기쁘고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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