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의 땅은 더욱 굳어지는 법이지요. 더구나 한겨울 모진 눈보라에 맞서 그 푸름을 잃지 않은 소나무는 절개의 상징이며 선비정신의 표상입니다.
우리나라 16개 교육청에서 7개 교육청이 민주노동당 후원관련 교사들을 결국 징계하였습니다. 5명의 교사가 교단에서 쫓겨나고 15명의 교사가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당했습니다. 우리 충남에서도 한 분이 해임되고, 한 분은 3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정직 당사자 중 한분은 우리 서천고등학교의 ‘김주철’ 역사 선생님입니다. 학교에도 거리에도 “법적근거 명분 없다! 충남교육청은 김주철 선생님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재야의 시민단체까지 징계를 철회하라고 도교육청을 찾아 항의와 애원까지 했건만 교육청은 이처럼 징계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며칠 후면 전국에 있는 고3 학생들의 수능시험입니다. 또한 중·고교에서는 2학기 기말고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담임을 맡았던 교사들은 학교를 물러감에 눈물을 흘려야 했고, 학급 아이들 역시 쓰디쓴 정권의, 교육청의 근거 없는 칼바람(?)을 너무 이른 나이에 몸으로 체험해야 했습니다.
수험생을 자극함은 학부형을 자극함이요. 학부형들 자극은 곧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처사입니다. 며칠 후면 G20 정상회담이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국가의 품격과 국민들의 질서의식, 시민의식을 강조하며 성숙한 시민들의 자세를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교단을 학생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 교과부와 교육청의 행태가 과연 국가의 인격, 국격을 높이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눈만 뜨면 터져 나오는 교육계의 비리와 추태는 참으로 가관입니다.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폭력해온 학교장, 사립초등학교 전입을 대가로 학부형들로부터 수백만원씩 수천만원을 가로챈 관리자들,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장학금을 지급받도록 한 교과부 직원들, 자신의 딸과 조카를 편법으로 임용시킨 교육감과 교육위원들, 각종 납품비리로 얼룩진 교육관료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수천만원씩 후원한 학교장들, 제자와 성적으로 놀아난 교사와 체벌로 물의를 일으킨 교사들. 바로 이들을 징계해 교육계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하겠지만, 징계와 법은 오히려 이들에게 관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니 정의와 약자를 위한 법이 아니란 현실을 학생들도 하나하나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법은 정의를 위한 단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작년 재작년 일제고사 파문으로 교단에서 해임되고 파면되었던 교사들이 법정의 판결을 통해 교단으로 속속 복귀되고 있듯이, 이들 교사들도 반드시 교단에 다시 설 것입니다. 비록 잠시 교단을 떠나게 되겠지만 그들은 이 땅의 정의와 양심을 더욱 폭넓게 체험하고 보다 성숙한 교사들이 되어, 그리고 넓은 민주의 품을 가지고 교단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며 처지고 뒤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가를 폭넓게 배우고 익히며 돌아올 것입니다.
오늘 아침 대문을 나서는 등굣길에 참으로 붉게 핀 장미꽃을 보았습니다. 비록 늦게 핀 장미였지만…… 그때서야 피운 꽃들은, 몸살 앓고 지각한 녀석들 같아보였습니다. 아니 더 고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각하는 그 학생들을 반드시 꽃피우게 하는 선생님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생각하며…… 올해도 유난히 긴 겨울을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소나기 내린 뒤, 땅이 더 굳어지는 것처럼 몸과 마음까지 더 굳건한 모습으로 돌아오리란 희망을 품으며…… 모진 겨울은 이제부터라고 함께 옷깃을 동여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