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꿈을 좇아 만 16살의 나이에 홀로 독일유학 길에 오른 한 여학생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서천읍 군사리 구재성(44)·전현화(42) 부부의 장녀 구희라(19) 양을 지난 19일 만났다. 그녀는 독일 마인츠 지역의 음악영재학교 ‘피터 코넬리우스 콘서바토리움(peter counelius konservatorium)’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다.
“독일 유학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너희 집이 부잔가 보다’라고 많이 말했어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배우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비교적 적은 돈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독일로 간 거였는데…”
유치원에서 배운 것만으로 재롱잔치에서 ‘즐거운 나의 집’ 반주를 멋지게 해내 피아노에 소질이 있으니 잘 가르쳐 보라는 선생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음악을 하는 게 싫어 학원에도 보내지 않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즈음 희라 양의 재능을 알아본 서음오케스트라 지휘자 권해경씨는 “그냥 학원에 와서 놀라”며 1년 정도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쳐줬다고 한다. 그럼에도 희라양의 엄마는 딸이 음악 쪽으로 나가는 게 싫어 정식으로 배우는 걸 반대했다. 희라양은 바이올린에도 관심을 갖게 돼 취미로만 배우겠다며 5년 가량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리고 3년 특기장학생으로 서천여고를 다니며 이수일 교사의 격려에 힘을 얻어 그녀의 꿈을 찾기 위해 음악으로 유명하지만 학비가 적게 든다는 독일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고.
“우리나라에선 예체능을 전공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독일에선 재능이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학비가 많이 들지 않아요. 대학은 등록금도 없죠. 국민들의 세금으로 재능 있는 사람들을 육성하는데, 열심히 하기만 하면 함께 도와주는 거죠”
그렇게 만 16세의 너무 어린 나이라 독일 비자발급에서도 쉽지 않았고 현지 숙소를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확신은 독일인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학생비자 유효기간이 끝나 연장신청을 할 때 갑자기 1200만원 정도의 1년치 생활비를 한 번에 입금해야 한다고 했는데 도저히 그 큰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포기하고 한국행 비행기 표까지 사놨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포기할 수 없어 해당관청에 진심을 담아 그곳에서 음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반 협박성(?) 편지를 보냈고 꿈쩍도 않던 담당 공무원은 그동안 부모가 매달 생활비를 입금했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는 것으로 비자를 발급해줬다고 한다.
“참 이상하게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니까 길이 열렸어요. 처음 독일에 갈 때도 우연히 비행기에서 알게 된 교회 집사님의 도움으로 숙소를 구할 수 있게 됐었는데 이번에도 포기하려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한발 나아가니 진심이 통하더라구요.” 그녀는 “사실 이번 귀국은 그 때 사뒀던 비행기 티켓 환불이 안된다고 해서 핑계 삼아 오게 된 것”이라며 웃었다.
바이올린 특기생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그녀는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 연주를 들은 현지인들과 음악학교 교수들의 권유로 피아노를 전공으로, 바이올린은 부전공으로 바꾸게 됐고 지금은 대학에서 피아노 공부를 마치면 다시 지금의 학교 교사로 오라는 제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지역의 후배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꿈이 있으면 즐겁고 방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공부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집중했으면 해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구희라양은 오는 24일 오전 서면초등학교에서 지역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작은 연주회를 통해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