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 마서면 남전리 행정구역에 속한 노루섬은 상공에서 보면 노루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지역주민들은 노루섬으로 부르고 있다.
노루섬은 지난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가 된 서천갯벌의 핵심 구역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지역인 완충구역으로 멸종위기종이 산란하고 서식하고 있는 섬이다.
지난해 서천군 해양수산과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이용가능도서인 노루섬을 준보전도서로 도서유형 변경을 이끌어낸 서천지속협은 노루섬의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서식 실태 조사를 조류전문가와 함께 5월 4일 실시했다.
2020년 무인도서인 노루섬에 첫 조사시 포란중인 저어새 20여 개체를 포함하여 84개체를 확인했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2022년에는 노루섬에서만 155개체가 관측됐다.
저어새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노랑부리백로 역시 13개체에서 현재 25개체가 관측됐다. 새의 존재가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새가 밥 먹여주냐, 사람이 우선이지”라고 푸념 섞인 얘기들을 한다. 하지만 그 새를 인간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가정원으로 유명한 순천만 갈대축제도 처음에는 순천만 습지를 보호하려는 시민단체와 개발하려는 주민 사이에 갈등에서 나온 ‘새가 밥 먹여주냐’는 푸념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은 해마다 많은 이들이 찾는 전라남도 10대 생태축제로 자리 매김했다.
이처럼 서천군도 세계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함께 존재하는 몇 안되는 지역이다. 이 좋은 자산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지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말 그대로 새들이 새똥만 싸는 귀찮고 싫은 존재로 보면 한없이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존재이고 이들을 인간과 상생하기 위한 존재로 보면 매우 존귀한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인 모택동과 참새이야기는 매우 유명한 일화로 알려져있다. 중국의 지도자 모택동이 1958년 곡창지대인 쓰촨성에 농촌 현지 시찰을 나갔다가 곡식을 쪼아 먹고 있는 참새떼를 보고 몹시 화가 나서 “참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외쳤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참새가 귀중한 곡식을 쪼아먹고 있는 모습에 던진 한마디였다.
모택동 지도자 말 한마디가 곧 정부지침이었던 문화혁명 시절이었다. 그래서 공산당 정부는 ‘참새 섬멸 총지휘부’를 만들었고 심지어 국영 연구기관은 ‘참새 1마리가 매년 곡식 2.4kg을 먹어치운다’고 조사자료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참새만 박멸해도 70만명 이상 먹을 곡식을 더 수확할 수 있다고 주장을 폈다.
그 결과 참새 섬멸 작전은 중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1958년 한 해 동안 무려 약 2억 1000마리의 참새를 섬멸하는 큰 성과를 남겼다. 참새를 섬멸한 결과 중국의 곡식 수확량이 늘어날 거라고 예측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참새가 사라지자 천적 관계인 메뚜기를 비롯한 해충이 오히려 창궐했고 농작물은 초토화되는 기막힌 현상으로 바뀌었다. 중국 대약진운동 때 벌어진 일이다. 1958년부터 3년 동안 중국인 3000만명이 굶어죽는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
반면 일본 사도섬의 따오기 사례 활동을 살펴보자. 일본 사도섬의 따오기는 1999년 중국 장쩌민 주석으로부터 한 쌍을 기증받아 첫 따오기를 탄생시켰다.
2008년 처음 방사를 하기 전 대형비오톱 조성, 저농약 살포, 무제초제, 겨울철 논물 대어주기 등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논에는 생물이 증가하고 따오기가 잘 서식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잘 조성했다, 그 결과 야생 방사 10년이 지난 사도섬에 따오기가 531마리로 늘었는데 야생 방사 352마리, 보호 관리 되는 179마리였다.
따오기 복원과 자연방사 성공으로 인해 외지에서 연간 20여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전 일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사도섬 농민들과 니기타현 주민들은 ‘토키 쌀’을 이용한 각종 먹거리와 쌀을 주사위 모양의 ‘큐브’형(300g단위. 480엔) 모양으로 진공포장(혼밥인들이나 소가족들에게 최상의 인기를 끌고 있음)을 하거나, 따오기를 주제로 한 화과자와 각종 조각품과 공예품을 만들어 부가 수익을 올렸다.
특히, 사도섬에서 생산되는 ‘토키 고시히카리’는 타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보다 5kg당 80엔이 높은 2880엔에 팔리고 있으며, 농업인들은 1kg당 1엔의 따오기 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위에서 두 가지 사례를 제시했지만 결국 자연 자산인 새를 어떻게 사람들이 활용하느냐에 따라 공생이 될 수도 있고 공멸이 될 수도 있다.
공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제도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란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을 모아 주민복리 증진 등을 위해 사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면 천안시민은 천안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가 가능하다. 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원이며 10만원 이내 기부 시 전액이 세액 공제된다. 기부를 받은 지역에서는 기부를 한 사람에게 그 지역의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주는 제도이다. 열악한 지방재정에 도움을 주고자 2008년부터 운영된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를 참고해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기부자가 10만원 기부하고, 세액공제도 받고, 답례품을 받는다면 이왕이면 답례품을 보고 기부를 선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서천군은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자연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 자산을 서천철새투어 상품과 연계하여 MZ세대를 위한 철새 굿즈 개발 등으로 잘 활용하여 철새경제가 밥 먹여주는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