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책 읽은 높이 만큼 큰다는데...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책 읽은 높이 만큼 큰다는데...
  • 송우영
  • 승인 2022.07.15 01:36
  • 호수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영
송우영

공자의 어린 시절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한다. 늘 제기를 펴고<상진조두常陳俎豆> 놀며 예와 용모를 갖추었다<설예용設禮容>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의 분수령이 되는 7세 이전의 설예용의 시기와 7세부터 15세 이전의 오소야천吾少也賤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9-6문장의 기록에 따르면 하루는 자공이 재상인 태재를 만나고 온 일을 공자께 말씀드렸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면 이렇다. 태재가 공자의 제자 자공에게 묻는다.<태재문어자공왈大宰問於子貢曰> “공자 선생님은 성인이십니까?<부자성자여夫子聖者與> 어찌 그렇게도 모든 일에 능하십니까?<하기다능야何其多能也>”

여기까지 말하니 공자께서 들으시고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자문지왈子聞之曰> “태재가 나를 알아보는구나.<태재지아호太宰知我乎> 나는 어려서 천했기 때문에<오소야천吾少也賤> 천한 일도 많이 할 줄 아는 것이다.<고다능비사故多能鄙事> 그렇다고 군자쯤 되어 많은 일에 다 능해야 하는가.<군자다호재君子多乎哉> 꼭 그렇지는 않다.<부다야不多也>”

세 번째 시기는 논어論語위정편爲政篇2-4문장의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의 시기이다. 공자께서 15세에 이르러 공부에 뜻을 뒀다는 그 시기이다. 사람의 일에는 특히 어린 시절에 갖추어야할 강령綱領이라는 게 있다. 윤재근 교수의 논어책 5쪽의 말을 빌어 옮겨쓰면 사람의 생각에 벼리가 있고 그 벼리에 붙어 있는 가지들이 있어야 사람의 일도 나무처럼 된다

남북조시대의 주석가 황간黃侃의 말로 쉽게 풀어쓰면 어려서 온고溫故의 공부를 통해서 곧고 바르게 크라는 말쯤으로 이해되는 말이다. 황간은 어려서의 공부를 크게 두 개로 말했는데 온고溫故와 지신知新의 공부라 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으로 지식을 더해가라는 말로 온고溫故는 옛 것을 배움이요 지신知新은 새로운 것을 안다는 말이다. 논어論語위정爲政2-11문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옛것은 안배우고 새로운 것만 익힌다면 그 공부의 균형이 안맞는다는 데 있다. 옛것의 공부라는 것은 어찌보면 시대착오적이요 고리따분할 듯해 보이나 옛것에 대한 공부는 기본이 되는 공부임에는 분명할 터, 기본이란 내가 흔들릴 때 나를 잡아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옛것에 대한 공부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옛것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공부를 꼽는다면 아마도 논어가 그 압권일 것이다. 논어라는 책은 어떤 책인가. 공자와 제자들의 담론을 공자의 서열 세 번째 제자 자공이 공자 사후 공자묘 옆에 움막을 짓고 6년간 시묘를 살며서 스승을 그리며 1차정리를 했다고 전하는 책이다.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공자가어孔子家語 卷47 기록은 이렇다.

공자는 죽어 노나라 성 북쪽 사숫가에 묻히니<공자장노성북사상孔子葬魯城北泗上> 제자들은 모두 3년상을 했다.<제자개복삼년弟子皆服三年> 오직 자공만이 공자의 무덤가에 려막을 짓고<유자공려어총상唯子貢廬於塚上> 6년을 시묘를 살은 후에 떠나니라.<범육년연후거凡六年然後去>”

이렇게 완성된 논어 1차본은 후학의 손을 거쳐 수많은 전적들과 함께 주석서들이 나오는데 그중 고주라는 이름으로 불후의 서가 전한다. 고주古注는 옛날에 있었던 최고最古의 주석서이라는 미칭을 갖는다. 고주는 주자朱子(1130-1200)논어집주가 나오기 훨씬 이전시대인 삼국시대 위나라 하안何晏193-249논어집해’, 남북조시대 양나라 황간黃侃488-545논어의소’, 북송시대 형병邢昺932-1010이 하안의 주에 정의를 달아 소를 부안설한 논어주소이다. 이를 논어 고주 삼대주석서라 한다. 이것을 한권으로 압축해서 낸 책이 주자의 논어집주이고 또 이를 한권으로 재해석한 인물이 조선의 선비 다산 정약용의 옛 책과 지금의 책을 모두 망라하여 주석을 새롭게 냈다는 제하의 논어고금주가 그것이다.

옛말에 공부한 만큼 보이고 책 읽은 높이만큼 큰다고 했다. 다소 과장이 섞였겠지만 다산 정약용은 6세 때에 하루에 책을 등에 잔뜩 짊이고 다니면서 읽었다 전한다. 그중에 매일 빠지지 않고 읽었다는 책이 논어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