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아버지와 같은 스승 공자…아들과 같은 제자 안회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아버지와 같은 스승 공자…아들과 같은 제자 안회
  • 뉴스서천
  • 승인 2023.02.23 11:39
  • 호수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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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안연顏淵은 기원전 521-기원전 490년의 인물로 이름은 회이며 자는 자연子淵이며 스승께서도 존경했다 전하는 명실상부한 공자님의 수제자이다. 전술에 따르면 스승보다 30세 연하로 이십대 후반에 이르러 백발이 되었으며 31세에 생을 마감했다 전한다.

언젠가 스승 공자님은 안회가 바보인 줄 알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논어 위정편 2-9문장은 이렇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하루는 안회를 하루종일 가르쳐봤으나<오여회언종일吾與回言終> 안회는 아무런 질문이 없었다. 그래서 순간 안회는 바보인가 라고 생각했었다.<불위여우不違如愚> 그러고 나서 그가 하루 사는 것을 보니<퇴이사기성退而省其私> 안회는 내가 가르쳐준 것을 온몸으로 모두 실천하고 있었다.<역족이발亦足以發> 나는 놀라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 안회는 바보가 아니었구나.<회야불우回也不愚>”

그러면서 공자님은 논어 술이편 7-10문장에서 이렇게 말을 잇는다. “나라에서 등용해주면 치국평천하를 실행할 수 있으며,<용지즉행用之則行> 나라에서 등용하지 않는다면 초야에 숨어 살 수 있나니,<사지즉장舍之則藏> 그것은 오직 나와 안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유아여이유시부唯我與爾有是夫>”

30년의 나이차가 있음에도 공자님은 제자 안회의 공부의 함량을 자신과 동급으로 본 것이다. 그만큼 안회의 공부의 내공이 깊다는 말이며 안회는 가난하여 밥을 굶어도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논어 옹야편 6-9문장은 이렇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안회는 현자로다.<현재회야賢哉回也> 한 그릇의 밥과 한모금의 물로<일단식일표음一簞食一瓢飲> 누추한 골목에 살고있음에도<재루항在陋巷> 보통 사람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거늘<인불감기우人不堪其憂> 안회는 그것을 피하려하지도 않는구나.<회야불개기락回也不改其樂> 현자로다 안회여.<현재회야賢哉回也>”

그러니까 안회라는 인물은 지독한 공부꾼이라는 말이다. 그가 천수를 다 누리고 살았더라면 아마도 공자님의 제자로서 큰일을 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하늘은 그의 명을 너무도 일찍 거둬간다. 논어 옹야편 6-2문장은 이렇다. “노나라 군주 애공이 묻는다.<애공문哀公問> 제자 중에 누가 공부를 가장 좋아합니까? <제자숙위호학弟子孰爲好學> 공자님 말씀에<공자대왈孔子對曰> 안회가 공부하기를 좋아했지요.<유안회자호학有顏回者好學> 그는 남에게 화를 내지도 않으며 같은 잘못을 두 번씩이나 저지르지도 않으며,<불천노불이과不遷怒不貳過> 그러나 불행히도 명이 짧아 죽었습니다.<불행단명사의不幸短命死矣> 그래서 지금은 없습니다.<금야즉망今也則亡> 그후로 공부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못들었습니다.<미문호학자야未聞好學者也>”

이와 똑같은 질문이 논어 선진편 11-6문장에 있는데 거기서는 노나라 대부 계강자가 묻는 걸로 나온다. 이 말을 좀더 쉽게 풀어쓰면 노나라 군주 애공도 공자님께 공부를 누가 좋아하느냐를 물었고, 노나라 실세 대부 계강자도 공자님께 공부를 누가 좋아하느냐를 물었다. 같은 물음을 나라의 왕과 나라의 실질적 권력자가 물은 것이다. 그 당시에도 아무리 포학무도의 전쟁의 시대라지만 결국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은 공부한 사람들이라는 속내인 셈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 그 하고많은 물음 중에 하필 공부를 물어볼 리 없는 일이다.

또 안회의 특징을 하나 더 든다면 화를 남에게 옮기지 않았다는 점과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성인이신 공자님도 하기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남에게 화를 옮기지 않거나 같은 잘못을 두 번씩이나 반복해서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 아니까 더 이상 화를 낸다거나 잘못을 저지를 일이 없는 것이다.

하루는 스승 공자님께서 제자 서열 3위쯤 되는 자공에게 물었다. “너하고 안회하고 비교를 한다면 누가 더 나을까?” 그러자 자공이 깜짝 놀라 말한다. 저 같은 따위가 어찌 안회를 쳐다나 볼 수 있겟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고작해야 두 개 정도를 알 뿐입니다. 그러자 공자님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신다. “맞아, 너하고 나는 안회만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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