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거친사내 자로子路가 공부로 수제자가 되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거친사내 자로子路가 공부로 수제자가 되다
  • 송우영
  • 승인 2023.04.06 17:37
  • 호수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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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의 일생을 압축한다면 포호빙하지용暴虎馮河之勇여섯 글자면 충분하리라. 논어 술이편 7-10문장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자로를 일러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발로 황하를 건너다가<포호빙하暴虎憑河> 죽는다한들 후회가 없는 사내<사이무회자死而無悔者>라는 것이 스승의 평가다. 실로 남아로 태어나 어떻게 행동했기에 스승으로부터 이런 불편한 진실이 묻은 찬사?를 받는 걸까.

자로에게는 여러 개의 전하는 말이 전설처럼 따르는데 그중 공통적인 얘기가 맨손으로 호랑이를 두 번에 걸쳐 두 마리씩이나 때려잡은 일이라 한다. 그중 하나가 밤에 공부를 마치고 공자님께서 어느 산속에서 나는 샘물을 마시고 싶다하니 자로가 나서서 물을 떠오겠다며 나갔다. 물을 뜨는데 뒷목이 서늘하니 오싹하더란다. 이에 순간적으로 팔을 뻗어 뒷목을 치려는 것을 잡아 찢어 살펴보니 호랑이 앞다리라 했다. 호랑이를 잡았다는 뿌듯함에 자랑할 겸하여 허리춤에 끼고 샘물을 떠서 돌아와 스승께 드리고는 짐짓 모른 척 묻는다. “선비는 호랑이를 어떻게 잡습니까?”

이에 스승 공자님은 말씀하시기기를 최상의 선비는 호랑이가 스스로 피해가며 그 다음 선비는 호랑이가 두 눈으로 밤길을 밝혀주며 가장 낮은 선비는 뒤에서 공격하느니라. 더 낮은 선비는 이런 호랑이를 잡았다며 동네방네 다니며 떠드는 자이니라.

그러자 자로는 부끄러워 호랑이 앞다리를 슬그머니 내다 버렸다고 전한다. 이러하듯 자로의 삶에는 낭만적인 천진무구함 같은 순수함이 있다. 가끔이지만 우쭐해서 말이 먼저 훅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공자님께서는 이를 한번은 지적해 고쳐줄 필요가 있다 생각하셨는지 하루는 이런 자로를 앞에 앉혀 앎을 말씀하신다.

이는 논어 위정편 2-17문장에 기록되어있는데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자로 유야<> 너에게 앎을 알려주마.<회여지지호誨女知之乎>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거<부지위부지不知爲不> 그것이 아는 것이니라.<시지야是知也>”

사실 자로는 상당히 거친 사내임에 분명하다. 논어 선진편 11-17문장에서 자로를 일러 거칠다<유야언由也喭>’ 라고 명토박을 정도면 그의 성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오죽이나 하면 공자께서 자로를 제자로 둔 뒤에는 저자거리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일이 없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루는 혹자가 증자의 아들인 증서에게 물었다.<혹문호증서왈或問乎曾西曰> 이 내용이 맹자공손추상편 3-1문장에 기록되어있다. “너와 자로를 비교한다면 누가 더 현자인가?<오자여자로숙현吾子與子路孰賢>” 증서가 이 말을 듣고는 황망하여 어찌할 줄 모르며 말하기를<증서축연왈曾西蹴然曰> “자로님 그분은 제 아버지께서도 경외하셨던 분입니다.<吾先子之所畏也오선자지소외야>”

이런 자로를 향해 맹자는 맹자 공손추상편 3-8문장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자로는 남들이 자신의 허물이 있음을 지적하면 기뻐하였다.<자로인고지이유과즉희子路人告之以有過則喜>” 그렇다, 자로는 공자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자로유문子路有聞> 미처 다 실천하지도 못했는데<미지능행未之能行> 또 다른 가르침 받을까봐 두려워하였다.<유공유문唯恐有聞,논어공야장편5-13>고 논어에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북송 때 학자 범조우范祖禹는 주석을 달기를<범씨왈范氏曰> “자로는 선함을 들으면<자로문선子路聞善> 반드시 실행하는데<용어필행勇於必行> 문인들이<문인門人> 스스로 따를 수 없을 정도다<자이위불급야自以爲弗及也>” 라고 했다. 그렇다고 하여 자로가 반드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문십철 사과에 따르면 자로를 일러 정치에 빼어난 인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천승의 제후국이 강대국사이에 끼어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백성들이 아사직전에 있다면 이 정도의 천승의 나라는 자로에게 맡겨준다면 3년 안에 백성들의 기를 살려줄 것이며, 백성들이 잘 먹고 잘살게 할 수 있으며, 또 의리도 실천할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자로의 말이다. 더 쉽게 말해서 태평성대의 나라보다는 난국에 처한 위기의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자로만한 인물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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