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여행 / (78)풍계묻이
■ 박일환의 낱말여행 / (78)풍계묻이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4.02.01 08:46
  • 호수 11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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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지는 아이들 놀이문화
박일환 시인
박일환 시인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되었다. 그 자리를 닌텐도와 같은 전자 오락기가 차지하더니 요즘에는 아예 스마트폰 안에 수많은 게임 앱이 들어 있어 아이들의 눈과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형편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놀이문화 역시 바뀌는 거야 당연한 일이어서 억지로 되돌리거나 막을 수 없는 흐름이겠으나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세대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라진, 그래서 용어조차 낯선 놀이 명칭이 국어사전 안에 여럿 들어 있다.

풍계묻이: 어떤 물건을 감추고 서로 찾아내는 아이들의 놀이.

풍계묻이가 합쳐진 낱말임은 분명하고, 풍계를 감춘 다음 찾아내는 놀이일 거라고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풍계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건데, 국어사전 안에는 풍계가 따로 표제어에 올라 있지 않다. 한자로 된 풍계(風鷄)가 있긴 하지만 이 낱말은 두꺼비를 가리키는 한자어이다. 두꺼비를 몰래 묻어 두고 찾는 놀이는 분명 아닐 테고, 그렇다면 혹시 두꺼비를 닮은 물건을 감추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풍계묻이에는 한자 표기가 없다.

국어사전을 가지고는 풍계와 풍계놀이의 정체를 알아낼 도리가 없어 민속과 관련한 자료를 살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건 일단 풍계놀이는 아이들이 즐기던 놀이가 아니라 여자들이 즐기던 놀이였다는 사실이다.

일단 표준국어대사전에만 나오는 낱말 하나를 더 보자.

풍금땡금놀이: 여자아이들 놀이의 하나. 술래가 보물을 찾을 때, 여기저기에서 저마다 보물을 가진 듯이 풍금땡금이라는 소리를 내며 보물을 돌리는데, 이때 보물을 가진 사람이 술래가 된다.

풀이를 보면 풍계묻이와 비슷한 놀이라는 느낌이 온다. 국어사전에 풍계묻이의 비표준어로 풍감이 나오며, 풍감과 풍금의 거리는 멀지 않다. 지역마다 명칭과 놀이 방식이 조금씩 달랐을 테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은 놀이로 묶을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편찬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여러 지역에서 행한 놀이가 나오는데, 충북 음성군에서 조사한 내용은 이렇다.

풍감 묻기(풍계묻이)’는 풍감을 숨기고 술래가 찾아내는 놀이이다. 풍감으로는 간장 종지같이 작은 물건을 사용한다. 놀이 방식은 한 사람을 숨기는 사람으로 정하고 술래도 한 명 정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동그랗게 원을 만들고 다리를 굽혀 세워서 앉는다. 숨기는 사람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풍감을 주는 척을 하는데 실제로 한 명한테만 풍감을 준다. 그러면 술래는 풍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다. 술래가 풍감을 찾으면 풍감을 숨겼던 사람이 술래가 되는 것이고 만약 술래가 풍감을 못 찾으면 벌칙으로 노래를 부른다.

풍감을 숨기는 동안 함께 가락에 맞추어 풍감 묻자~. 풍감 묻자~.” 하는 소리를 냈다. 종지 대신 가락지나 엽전 같은 걸 사용하기도 했고, 주로 명절에 처녀들이 모여서 하던 놀이이지만 평소에는 어린 여자아이들도 즐겨 했다고 한다. ‘종지 돌리기라고 하는 지역도 있으며, 이 놀이가 소풍 때 하는 보물찾기로 이어졌을 거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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