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의학칼럼
잘못 알고 있는 육아상식
김성기 의학칼럼
잘못 알고 있는 육아상식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4.05.14 00:00
  • 호수 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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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한 둘 키운 엄마라면 어느 정도의 육아상식을 나름대로 가지게 된다. 밤에 아기가 열이 나면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인다는 것쯤은 이제는 의사의 도움이 없어도 엄마들이 잘 알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간단한 검색어 하나만 쳐보아도 수 많은 정보가 제공된다. 그러나 진료일선에서 환자를 대하다 보면 아직도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많다는 걸 느낀다. 
 아이들이 TV를 가까이 보면 시력이 나빠질까? 대개는 그렇다고 알고 있다. 의심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상식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을 뿐 아니라 그와 반대로 시력이 나쁜 아이가 잘 안보이니까 자꾸 TV 앞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아기를 업어 키우면 다리가 휘어 안짱다리가 되지 않나요. 신세대 초보엄마가 자주 묻는 질문이다. 유모차나 보행기를 태워야 곧은 다리가 된다고 믿는 것 같다. 역시 그렇지 않다. 사람은 정상적으로 2세까지는 안쪽으로 약간 휜 다리를 보이다가 이후로 다시 바깥으로 휘는 과정을 거쳐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되어야 성인형 다리를 갖게 된다. 업어 키운 아이는 다리가 휜다면 우리 모두의 다리도 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아과 진료실에는 가끔 빡빡 머리 갓난아기들을 본다. 넌지시 엄마에게 왜 머리를 깎았는지 물어 보면 그래야 머리가 잘 자란다고 대답한다. 솜털 같은 아기 머리카락을 밀어주면 다음부터 자라는 머리카락은 왕성하게 자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이 생각 또한 근거 없는 믿음이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와 모발의 굵기는 이발상태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하얗게 밀어 놓은 아기 머리에 새로 자라는 머리가 시각적으로 그렇게 왕성해 보였을 뿐이다.
 신생아는 포대기에 꼭 싸놓지 않으면 놀라 경기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자주 본다. 아기를 풀어놓으면 양팔을 버둥거리며 놀란 것 같은 동작을 하게 된다. 이것은 정상적인 신생아 반사작용으로서 이상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동작을 하지 못하는 아기야말로  심각한 신경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감기에는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낫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주사를 맞아도 감기는 빨리 낫지 않는다.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고통까지 감수하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안도감일 뿐 감기치료에 주사는 아무 효과가 없다.
감기는 주사를 안 맞으면 일주일 걸리고  맞으면 7일 걸린다고 말하면 우스개 소리일까.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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