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의학칼럼
손가락을 빠는 아이
김성기 의학칼럼
손가락을 빠는 아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 호수 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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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아기의 엄마로부터 재미있는 부탁을 받은 일이 있다. 무조건 가장 쓴 약을 달라는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이유를 물으니 아기 손가락에 발라주려고 한다는 대답이다. 아이들의 손가락 빨기,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엄마에게는 심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손가락을 빠는 것이 애정결핍이나 욕구불만에서 생긴다는 주위의 말을 듣기라도 하면 엄마는 아기를 잘 못 키우고 있나 싶어 불안해지기도 한다.
6개월 이전의 어린 아기들이 손가락을 빠는 이유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리적 현상이다. 손가락 빠는 것을 통해서 아기는 만족을 느낀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의 나이가 6개월이 넘어 두 세 살 된 아기가 손가락을 빠는 것은 아기가 무료함을 달래거나 위안을 얻을 목적에서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빠는 경우가 흔하다.
손빨기가 계속되면 손가락에 피부염이나 손톱주위염이 생기거나 입에는 아구창이 생길 수 있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5세가 넘어서도 손빨기가 지속된다면 뻐드렁이가 되어 치아의 부정교합이나 입술, 턱뼈 및 얼굴의 변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손가락 빨지 않게 하는 비결은 없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소개되고 있으나 확실한 방법은 없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야단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때 뿐이고 잠시 후 아기의  손가락은 다시 입 속에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기도 하고 쓴 약을 발라보기도 하고, 손에 양말, 장갑을 끼우기도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매우 심하게 손을 빠는 아이에게는 손가락이 들어가면 불편을 느끼게 하는 구강내 장치를 달아 놓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최근에는 행동치료요법이 시도되어 어느 정도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아기들이 흥미를 느끼는 놀이를 프로그램을 짜서 놀게 하면서 손가락을 빠는 행동을 보이면 놀이를 중단시키고 손을 빨지 말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손을 빨지 않으면 다시 놀이를 진행시키고 정해진 시간만큼을 손을 빨지 않고 놀면 과자를 주어 보상해 주는 방식인데 강화상실-보상 요법이라 한다.
손가락 빨기는 아기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엄마가 너무 조급하게 멈추려고 무리한 방법을 쓰기보다는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아기가 무료하거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함께 놀아 주면서 애정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이자 예방이 될 것이다.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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