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은 느닷없는 석유발견 이슈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3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을 불러놓고 임기 최초로 ‘국정 브리핑’에 직접 나섰는데 내용인즉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세계최고 수준의 평가 전문기업에 분석을 맡긴 결과, 최대 140억 배럴에 이르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요지였다.
즉각적인 여론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우리가 산유국이 된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라는 반응과 ‘국민을 상대로 또 거짓말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 달 가까이 공방이 지속된 가운데 국민들이 느끼는 ‘진실성’은 어느 정도일까. 대통령의 긴급 브리핑이 있은 지 열흘 후 첫 여론조사 결과(14일, 한국갤럽)에서는 정부의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0%나 되었다(신뢰한다 28%).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내용에 대해 이토록 압도적 다수가 불신을 나타낸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 브리핑 이후 벌어진 다양한 반응들을 한번 모아봤다.
‘석유가 있다면 좋지 않겠나’ 하는 식의 정서적 반응을 제외하고, 발표내용을 합리적 접근법으로 검증하려는 언론사들의 취재에서 그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많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를테면 ‘세계최고수준의 평가기업’이라 언급된 미국 전문업체 ‘엑트지오’는 ‘세계최고수준’이라 부르기 곤란한 정도의 개인회사에 불과했고, 그것도 영업실적이 거의 없는 부실 상태의 회사였다. 회사 대표의 개인 주택에 간판을 걸어놓고 세금도 못 내고 있다가 지난해 대한석유공사가 찾아가 영일만에 대한 탐사를 의뢰하며 계약금을 건넨 후 세무부채를 해결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업분야도 당초 ‘교육사업’이었다. ‘평가기업’이란 명칭도 무색했던 셈이다. 엑트지오의 ‘전문성’은 이 회사의 사주이자 유일한 사원인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과거 세계적 석유기업 액슨모빌의 임원 출신이라는 점 밖에 없다. 발표에 언급된 ‘물리탐사’는 액트지오가 직접 수행한 게 아니라, 그동안 있었던 동해 석유관련 해역에 대한 물리탐사들의 데이터를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아 새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물리탐사 결과’가 아니라 ‘물리탐사 결과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 결과’라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정작 지난해까지 동해에서 직접 대대적인 물리탐사를 진행했던 호주의 대형 자원개발기업 우드사이드는 지난해 이곳에서 석유발굴의 희망을 접고 17년 만에 철수했다. 그야말로 세계최고수준의 석유개발기업이 17년이나 탐사하다가 포기한 곳에 대하여 한 개인 전문가가 그 데이터를 다시 숙고 분석한 끝에 ‘20%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써주고 큰돈을 받아간 셈이다.
‘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수치는 석유공사가 덧붙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존재여부도 확정할 수 없는 땅속 자원에 대해 그 양을 상상하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상상은 자유’라 하지 않던가. 비판적인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20%가 얼마나 의미 있는 숫자인지’를 해명하기 위해 직접 방한한 아브레우 박사는 ‘20%의 성공 가능성이란 80%의 실패 가능성이란 의미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당국자들이 ‘삼성전자 주가시총의 4배’에 해당한다고까지 떠벌인 140억 배럴의 석유(최대가치 2천조원) 운운에도 세계의 석유업계나 투자자, 세계적 경제정보 매체들은 거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석유개발 발표가 세계적 전문가들의 눈에는 진실과 상관없는 하나의 ‘정치적 쇼’로 보이는 것 아닌가 의구스럽다.
유신시대이던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의 포항석유 발견 직접 발표로부터 1980년 영일만 제7광구 석유발견 소동 등 석유와 관련된 정부의 ‘여론반전용’ 쇼는 이미 여러 번 있었다.
한편 1976년 포항 유전 관련 특종기사를 써서 유명기자가 된 언론인 조갑제 기자의 생각도 궁금했다. 그는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인데, 자신의 인터넷 매체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석유공사의 행동 보고 있으면 뭔가 불안하고 무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체도 애매하고 부실회사임이 분명한 (1인) 평가회사 액트지오를 사사건건 비호하는데 그것도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호주 회사가 철수한 사실을 국민에게 먼저 알리지 않고 초대형 유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오도했다. 석유공사는 자신을 통째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을 만치 그 스스로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인데,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 이후 참담한 손실을 안았다. 동해탐사에서 이런 악습이 되풀이될 가능성 높다. 부실한 회사가 왜 미국의 부실한 회사와 계약했을까. 이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뭔가가 나오고 큰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언론들의 설명 요구에 말문이 막힐 때마다 석유공사는 ‘영업비밀’ ‘보안사항’ 등을 방패처럼 내세운다. 공기관이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을 때 흔히 쓰는 숫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