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싶다”
  • 최현옥
  • 승인 2002.06.06 00:00
  • 호수 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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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초등학교 특수학급교사 이옥경씨
화양초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는 우리양(13)은 일명 명랑소녀다. 정신지체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우리는 현재 전체 학생모임시간에 교단에서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에게 인기최고를 자랑한다. 이처럼 내성적이고 자신감을 상실했던 우리가 명랑소녀로 변신하기 까지는 항상 부모처럼 아이들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교육한 이옥경(37)교사가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제력이 커진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많이 느껴요. 그리고 우리는 저보고 엄마라고 해요. 그 조그마한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나올 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연신 미소를 짓는 이교사는 85년 특수교육학과에 입학하며 처음 장애아를 접했을 때 두려움과 막막함이 앞섰단다. 그러나 중증장애인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며 동질 감을 느꼈고 현 사회에서 그 들이 얼마나 소외 받고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됐다. 또한 장애아 부모들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사는 자녀에 대해 죄의식과 가슴앓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이 교사는 학교 졸업 후 고향에서 장애아들이 교육 받을 공간조차 없는 것을 보고 이를 안타깝게여겨 장애인 조기교실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 없이 수업료로 조기교실을 경영하면서 고가의 기자재 구입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92년 화양초로 임용된 이교사는 학업부진 또는 문제아 위주로 운영되는 특수학급을 보며 개혁의 칼자루를 쥔다. 특히 기존의 특수교육은 일반 교사가 수업을 하다보니 장애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기자재가 많이 구입되어 있어도 활용도가 떨어졌다. 이에 이교사는 먼저 장애아에 맞는 수업시간표를 작성하고 그 수준에 맞는 복식수업을 하였으며 주지교과의 경우는 원정수업을 하여 아이들과의 융화를 꾀했다. 그녀의 교육에 대한 이 같은 헌신은 지역에서 특수교육의 개념을 바로 잡고 기틀을 마련하는 시발주자가 됐다. 이 사랑의 민들레 씨앗은 바람을 타고 지역으로 점점 퍼져나가 뇌성마비로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장애아를 대상으로 재택근무까지 하게된다. 아이들의 집을 찾은 그녀는 바깥구경 한번 못해보고 방안에서 백짓장같은 하얀 얼굴로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의료서비스가 오지인 이곳에서 치료시기까지 놓쳐 거의 식물인간처럼 방에만 둥지를 틀고 있으며 조기교육은 비용부담이 많아 엄두가 안 나는 상태. 지금은 재택근무 교사가 있지만 그때만 해도 물리치료 기자재의 부족부터 운반할 수 있는 차량과 치료교사가 없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입술훈련이었으며 차츰 학생의 몸 상태가 좋아지면 외출 위주의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아이들에게 견문을 넓혀 주었다.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교육방침은 자신감 심어주기. “일명 그동안 딱지가 붙은 아이들이라 경계심이 많고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그녀는 통합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동질감을 심어준다. 또한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자율적인 수행을 통해 능력이 개발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그녀의 길은 멀고 험하다. 현재 서천군내 12개 학교에 90여명의 장애아들에게 “최상의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적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으로 의료기 구비와 치료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지적.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분리되어 있는 현시점에서 서로 상충되는 듯 하지만 하나의 축을 이루며 융합되어 특수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교사는 일반교육, 특수교육이라는 용어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아이들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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